여순사건, 5·18 상기돼 ‘끔찍’
각 단체들 “윤석열 퇴진” 촉구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지역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다. 선포 155분만에 계엄은 해제됐지만 여순사건, 5·18민주화항쟁 등으로 아픔을 겪었던 지역민들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25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 한 시간 만에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에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박 사령관은 계엄 선포 35분만인 오후 11시께 대한민국 전역에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를 발표하고 국회와 선관위 등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비상계엄은 긴급하게 모인 국회의원 190명 전원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찬성하며 155분만에 가결됐지만 지역사회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순간 과거의 공포를 되새겼다. 특히 여순사건, 5·18민주화항쟁 등 국가권력에 의한 상처가 많은 전남 지역 특성상 ‘계엄령’은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계엄 소식이 처음 전파된 10시 30분께는 “AI를 이용한 가짜뉴스 아니냐”, “장난치지 말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다수의 매체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가 진실로 밝혀지자 “2024년이 맞냐”, “전쟁이 벌어졌냐” 등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 이어졌다.
이후 SNS와 방송을 통해 서울시내에 등장한 탱크와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사진 등이 퍼지자 공포스럽다는 반응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전 군부독재를 경험한 세대에서는 “5·18의 악몽이 떠오른다”, “피흘려 이룩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탄식도 나왔다.
권향엽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곧바로 국회로 진입해 11시경부터 개인 SNS방송 등으로 현장 소식을 전했다. 당시 권 의원은 “저는 현재 서미화 의원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석을 사수하고 있다”며 “계엄령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안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광양시 부시장을 포함한 간부공무원들도 긴급히 청사로 집결해 비상 대기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급기관에서 별다른 지시가 내려오지 않은 채 계엄이 해제되면서 비상 대기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다음 날 지역사회는 곧바로 ‘윤석열 탄핵’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광양시민단체는 지난 4일 ‘윤석열정권퇴진 광양운동본부(준)’을 구성하고 “내란죄를 일으킨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튿날 광양YMCA에 모인 본부는 급하게 구성된 조직를 정비하고 7일 서울 집회 상경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같은날 광양시의회도 성명문을 내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6일에는 광양시의원들이 단체로 서울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영록 전남도지사, 전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정의당 전남도당, 순천시의회, 여수시의회 등 전남 내 각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탄핵, 하야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