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도시계획도로, 어차피 옮겼어야” 해명
시 재정상, 해당 도로 개설 시기는 불투명
백성호 의원 “꼼꼼한 행정 펼쳐달라” 당부
광양시가 광양읍 개성마을의 게이트볼장을 철거한 지 불과 6개월만에 새로운 게이트볼장을 인근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빈축을 사고 있다.
도시계획도로가 예정돼 옮길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부실한 행정절차가 낳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다.
광양시는 지난 2일 광양시의회 제333회 정례회 총무위원회 안건심사에 ‘2025년도 광양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번 안건에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건립사업(변경) △광양 5일시장 주차장 확장사업 △개성마을 게이트볼장 조성공사 △청년농업인 광양형 임대 스마트팜 조성사업 등 4건이 포함됐다.
이 중 시의회에서 문제가 불거진 사업은 ‘개성마을 게이트볼장 조성공사’로 시비 15억원을 들여 광양읍 목성리 739-1번지 일원에 야외 게이트볼장 1면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산 중 대부분은 토지보상비로 11억9800만원이 책정됐으며 설계비 6000만원, 공사비 2억4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개성마을 야외게이트볼장이 마을공방만들기 사업으로 폐쇄돼 건강한 노후생활 장려를 위한 게이트볼장 조성을 위해 해당 부지 매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시가 게이트볼장을 폐쇄한 지 6개월만에 새로운 게이트볼장을 조성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백성호 의원은 “멀쩡하게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던 게이트볼장을 폐쇄한 후 15억원을 들여 새로운 경기장을 만들겠다는 것은 무슨 행정이냐”며 “특정 부지를 매입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문제가 제기되자 시는 “기존 게이트볼장이 어차피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된 상태라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차후 공시지가 인상 등의 요인을 감안해 매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존 게이트볼장 활용 방침을 세웠던 것이 밝혀지면서 ‘궁여지책’으로 신규 게이트볼장 설립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당초 건설과는 공방으로 인해 잘려나간 면적만큼을 반대편으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공사 진행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개성마을 주민들과 협의는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게이트볼 이용자인 인근 마을 주민들이나 담당부서인 체육과와는 전혀 협의가 없었던 점도 드러났다. 결국 주무부서의 전문적인 견해없이 세운 섣부른 계획이 게이트볼장 폐쇄라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도시계획도로 지정되면서 “어차피 옮겨야 했다”는 시 해명에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시 재정여건상 공사 진행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을 소방도로 개설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광양시가 신청한 지방채 300억원 중 광양읍 주요 도로 공사가 다수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짙다. 차후 재정여건이 나아져 도시계획도로 설계가 진행될 때 매입절차를 진행해도 늦지 않은 상황이다.
백 의원은 “인근 주민이나 관련 부서와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행정이 발생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 세심하게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광양시가 제출한 이번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게이트볼장 신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은 통과했다.
시의회는 개성마을에 게이트볼장의 필요성을 고려해 승인할 방침이지만 계획안에 ‘건물매입비’가 빠져있어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