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포구, 산토리니로 ‘재단장’ 가능할까
망덕포구, 산토리니로 ‘재단장’ 가능할까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7.22 08:30
  • 호수 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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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채색 등 총 35억 투입
자문위원들 “특색없어” 혹평
방향성 지적돼 ‘수정 불가피’
△ ‘산토리니 in 망덕포구’가 조성될 예정인 진월면 망덕포구 전경

광양시가 망덕포구를 한국의 산토리니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다만 전문가들의 혹평이 이어지면서 용역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광양시는 지난 17일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산토리니 in 망덕포구’ 조성 기본계획 수립 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해당 사업은 전남형 지역성장 전략사업인 ‘섬진강 속 빛나는 윤동주의 별빛 아일랜드’ 사업의 일환으로 총 사업비 35억원이 투입된다. 그리스 유명 관광지인 ‘산토리니’에서 영감을 얻어 망덕포구만의 색으로 이미지 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용역사는 △건축물 외관 및 주변 정비 △수변데크 야간경관 정비 △스마트 가로수 길 △공공디자인 공간이정표 연출 등 크게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수변데크와 펜스 등을 정비하고 윤동주를 상징하는 흰색, 청녹색, 파란색 등으로 도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야간경관을 위해 수변데크 상하부나 난간에 라인조명을 설치하고 다양한 연출 조명 설치를 제안했다.

아울러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벤치 화단 조성하고 CCTV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폴 설치로 관광객들이 미세먼지나 날씨 등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또 조형물이나 개폐가능한 그늘막 길 등으로 포토스팟을 조성하고 이정표 등을 세련되게 바꾸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이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자문위원들 사이에선 혹평이 쏟아졌다. 특히 망덕포구가 가진 특색은 살리지 못한 채 산토리니에서 단순히 ‘색’만 따와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근 순천제일대 교수는 “일반 시민의 시선으로 보더라도 단순한 데크 페인트 작업에 불과할 뿐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며 “윤동주 가옥 뒤편 옹벽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시훈 광양문화도시센터장은 “산토리니와 별빛 정원은 어울리는 느낌도 없어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가 존재하지 않고 산토리니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진다”며 “망덕포구 일원에서 진행중인 사업들이 서로 어떠한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고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의 전남연구원 연구원은 “수변데크나 자전거길을 정비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하고 누굴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지 정확한 타겟층이 있어야 한다”며 “최근 관광트렌드를 고려해 시각적인 부분 뿐아니라 청각, 미각, 촉각 등 다각화된 방법으로 망덕포구의 정체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답변에 나선 용역사는 자문 의견을 반영해 최종단계에서 수정된 보고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상황에서 해당 사업의 대폭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