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 지원센터, 정부 지원 중단에 ‘시름’
외노자 지원센터, 정부 지원 중단에 ‘시름’
  • 이대경
  • 승인 2024.07.22 08:30
  • 호수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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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필수 시대
실질적 ‘다문화 사회’ 진입
외노자 노동권 균열 ‘우려’

내국인 노동력만으로 국가경제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다. 

광양지역도 외국인 근로자 증가에 따라 지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 지원 축소로 이들에 대한 노동권 보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심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전국에는 기초자치단체별로 소규모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가 35곳 있다. 이중 여수외국인노동자센터(센터장 황보희식)는 여수를 중심으로 광양과 순천 등을 담당하며 △임금 체불 △중노동 △폭력 △인종 차별 등의 문제에 초동 대응하고, 산업안전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E-9 비자를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 2020년 5만6000명에서 올해 16만500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H-2 비자까지 확대하면 40만명이 넘는 규모다. 광양 지역에서 E-9 비자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만 2020년 100여명에서 올해 440여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광양읍 소재 한정식집 대표는 “우리 업소에서 일하는 서빙 근로자 10명 가운데 불과 1명만이 한국인”이라며 “식당이나 다른 업종도 이미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역에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됨에 따라 관련 지원 서비스를 확대해야 함에도, 도리어 지원을 끊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수외노자센터는 지난해 돌연 고용노동부 지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외국인 2명 포함 직원 3명이 퇴직했다.

현재는 필리핀 여성 1명만 후원금으로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곳에 매년 지원하던 금액은 근로자 4명 인건비와 부대 비용 7000만원 정도다.

센터는 지난 2022년 중노동 734건과 임금 체불 128건, 폭력 인종 차별 76건, 운행 강요 45건 등을 상담했다. 

사안의 위중도에 따라 경찰과 고용노동부, 산업인력공단, 전남의사협회 등 기관과 연계한다. 광양과 순천 등 지역에서는 사업장 변경 등 문의가 주를 이룬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대구시와 인천시 등 몇몇 지역은 고용노동부 지원을 받아 거점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라남도는 이마저도 운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황보희식 센터장은 “지역 센터가 10년 이상 주말도 없이 이 사안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노하우가 있음에도 정부는 법률 지식과 상담 능력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다”며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서 우리뿐 아니라 전국의 많은 센터가 문을 닫았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국인과 외국인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끔 세심하고 치밀한 정책적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삶의 토대를 바로 세우는 일이고 한국인에게도 삶의 질 향상과 안전한 사회 형성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양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처음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지 않고 △법률 상담 △한국어 교실 관련 등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광양시와 전남도에서 받아 운영 중이다.

광양 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사회단체가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통합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 강화,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원 확대, 외국인 감수성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4월 기준 광양 지역은 E-9 비자를 통해 105개 사업장에서 443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제조업 388명 △ 농축산업 48명 △ 서비스업 6명 순으로, 불법 체류를 합하면 2배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광양과 여수, 순천, 고흥, 보성 등 전남 동부권에서는 모두 3128명이 1029개 사업장에서 활동 중이다. 제조업과 어업이 각각 1000명 이상으로 가장 많고 농·축산업과 건설업, 서비스업이 뒤를 잇는다.             

*H-2 비자 : 한국계 외국인 대상 비전문직 취업비자. 서비스업, 제조업, 농업 등.

*E-9 비자 : 아시아 17개국 비전문직 근로자 취업비자. 제조업, 농업, 서비스 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