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광주 전남에서만 내리 4번 도전한 끝에 이번에 국회에 입성한 이정현 의원이다. 지난 26년간 보수정당은 일체 허용하지 않았던 전남 지역에 드디어 빨간 깃발이 꽂혔다.
사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보였다. 당시 박삼용 새누리당 광주 광산구의원 후보는 정병채 새정치연합 후보(46.3%)에 이어 20.3%를 득표해 당선됐다. 1995년 처음 실행된 지방선거에 광주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된 사상 첫 사례였다.
영남 지역에서는 민주계열 후보들이 종종 당선됐다.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통합당 간판을 달고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새정치 조경태 의원도 부산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으며 문재인 의원 역시 민주계열로 부산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김부겸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대구 수성구)과 6.4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도전해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잇달아 40%를 넘는 득표율을 올렸다. 이번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해묵은 지역구도의 틀을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호남의 정치지도가 광양과 바로 이웃한 순천에서 출발, 이제는 광양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영남 인구 많은 광양, 여당에 우호적인 정서
광양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계열인 현 여당에 우호적인 정서를 보이고 있다. 실제 투표 사례를 살펴봐도 광양은 새누리당이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됐던 곳이다.
우선 대선 기록부터 살펴보면 지난 97년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6098표(8.19%)를 얻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6871표(9.71%)를 얻어 소폭 상승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9013표를 얻어 14.42%를 기록, 득표율이 전남에서 가장 높았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만2918표(14.72%)를 얻었다. 박 후보가 광양에서 얻은 득표율은 전남에서 가장 높고 역대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로 가장 높은 득표수와 득표율을 보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김광영 후보는 8544표(18.44%)를 얻어 민노당 유현주 후보 6690표(14.44%)에게 앞서며 우윤근 의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노동자들에게 고정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민노당(통합진보당)을 제쳤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새누리당은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시의원 나선거구(골약ㆍ중마)에 정해철 후보를 유일하게 내세웠다.
정해철 후보는 당선에 실패했지만 2249표(10.2%)를 얻어 8명 후보 중 6위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10% 이상 득표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윤근 국회의원이 시장선거에서 내리 3연패라는 수모를 당한 것처럼 광양 정서가 정당만 보고 찍어주는‘묻지마 투표’지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정현 의원이 앞으로 2년간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2년 후 총선에서 광양지역 선거에도 큰 판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광양ㆍ구례지역 관계자는“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정현 의원이 앞으로 전남 지역 정치변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광양도 결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앞으로 2년 간 이 의원의 활동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새누리당이 일단 교두보를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순천과 가장 가까운 지역인 광양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워 총선 판도를 흔들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4선 도전을 하고 있는 우윤근 국회의원으로서는 이정현 의원 당선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현 파워, 광양은 ‘기대’
이정현 의원의 당선은 광양에도 큰 관심거리다. 예산폭탄을 터뜨리겠다는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한 이 의원이 광양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광양항이 있는 광양으로서는 힘있는 여당 의원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이정현 의원은 과거 비례대표로 활동할 때 예결위 소속이었는데 광양항과 관련, 예산 확보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이 의원 당선이 우리 지역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광양항은 여권 없이는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지역 국회의원이 노력과 함께 여당의 힘 있는 인물들이 측면 지원을 해줘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이정현 의원이 광양항 활성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광양시와 항만공사는 이 의원과 교류를 돈독히 쌓아 예산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