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편지] 국감 보도를 안타까워하는 의원님들께
방송국 모 시사프로그램에서 일할 때입니다. 국정감사 구태를 문제삼는 보도물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속기록과 방송 영상물을 뒤져보니, 써먹을 만한 '윽박·고성·상소리'가 참 많더군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만한 주옥같은 멘트들말입니다.
방송국 모 시사프로그램에서 일할 때입니다. 국정감사 구태를 문제삼는 보도물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속기록과 방송 영상물을 뒤져보니, 써먹을 만한 '윽박·고성·상소리'가 참 많더군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만한 주옥같은 멘트들말입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가고 마음 한 구석은 좀 찝찝했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송이었나, 아니면 결국 방송국만 재미를 보는데 일조한 것인가.
국회의원님들, 모두 아실 겁니다. 열심히 해도 '재미'가 없으면 우리 언론에서는 찬밥 신세라는 것 말입니다.
이른바 '섹시한' 말을 자주 하는 대변인이나 당 지도부를 제외하면, 방송이나 신문에 얼굴 또는 이름 올리기가 국회의원이라도 그리 쉽지 않다는 걸. 국민들은 아마 잘 모를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의원님들이 국감에 쏟는 정성은 정말 지극합니다.
보좌진들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하지만 이같은 노력들은 정작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회 안에 있는 '내부의 적'들 때문입니다.
쉽고 편하게 가려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언론만 주목한다면, '윽박·고성·상소리'도 서슴지 않는 일부 의원님들 때문입니다. "말 같은 소리를 해라", "주장이 걸레 같다"는 '걸레 같은 말'로라도 언론에 노출되는 걸 즐기는(?) 분들 때문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국회를 상대로 재미보는 유명한 프로그램, YTN 돌발영상을 통해 바로 지난주에 방영된 국감 현장의 '걸레 같은 공언'들이었죠. 함께 보던 가족들이 웃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쓴웃음, 헛웃음입니다. 어쩌면 우리 방송이 주는 재미도 그래서 '쓴 재미, 헛 재미'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언론과 일부 의원님들과의 '주고받기'를 바탕으로 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언제쯤 재미를 주는 의원과 함께 '의미'를 주는 의원도 나란히 보도될 수 있을까요. 여야를 떠나서 말입니다, '정치 소외'를 안타깝게 여기는 의원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정말 방법은 없을까요?
여의도통신 편집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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