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 산지 생산·가공 경험, 현지 생두 구입기회 얻어
“좋은 커피는 없어요. 그냥 이것저것 마셔보면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어요”
맛있는 커피를 고르려면 팁이 있냐는 ‘우문’에 돌아온 ‘현답’이다.
중마동 어귀에 카페 ‘DICHA(디샤)’가 문을 연 지 9년째. 어느새 광양에서 ‘커피 맛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찾게 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싶었던 중마동 어귀에 있는 카페 ‘디샤’ 주인장은 아프리카 케냐까지 향했다. 조금 더 다양한 커피로 조금 더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기 위해.
고급생두를 찾으러 케냐로
(사)한국커피로스터연합은 13년째 국내 최고의 커피 원두 대회인 골든커피어워드(GCA)를 진행한다. 그런데 올해는 커피 원두에 그치지 않고 생두를 찾겠다며 생두 산지인 케냐에서 대회를 열었다.
케냐에서 생두 수입 사업을 하고 있는 자발리(JABALI)에서 초청한 행사에 정영선 대표는 곧바로 참석의사를 밝혔다.
다양한 커피를 맛봐야 자신만의 커피를 찾을 수 있다는 정 대표에게 이번 행사는 절호의 찬스였다. 더불어 생두가 길러지고 가공되는 현장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카페에서 진행 중인 바리스타 수업을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 모집한 심사단과 현지에서 활동 중인 인원을 포함해 30여명이 본선에 오른 29곳의 생두를 심사했다. 총 160여곳의 커피 농가가 지원하면서 케냐 현지의 관심도 대단했다. 케냐 농림부 장·차관, 케냐 통상협력부 고위직, 케냐 커피생산자협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면서 현지 신문사 및 TV방송사 등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정영선 대표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다양한 생두를 맛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서 냉큼 지원했다”며 “길게 시간을 내기 힘든 자영업자인지라 개인적으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단순하지 않은 커피 한 잔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이젠 어디서나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사실 우리가 커피를 한잔 마시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단순히 생두만 해도 수 차례의 건조와 밀링, 숙성 과정이 들어간다.
그만큼 생산지와 생산자, 가공 방법에 따라서 맛 차이가 커진다. 로스팅이나 블랜딩 과정에서도 달라지지만 좋은 생두에서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번 케냐행이 정 대표한테 더욱 특별한 이유는 좋은 생두를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행사를 주최한 자발리측은 심사단에게 소규모로도 현지 농장의 생두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에 정영선 대표도 현지에서 맛본 커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생두를 구매했다.
정영선 대표는 “특히 케냐 원두는 단맛과 깊은 산미, 다크초코와 말린 과일 향을 가지고 있어 광양 지역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이번에 구입한 생두가 현지 사정상 늦어지고 있는데 다음달 중순경에나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에서 생두 생산 공정 등을 직접 보고 싶었으나 수확시기가 맞지 않아 전 과정을 못봐서 아쉬웠다”며 “내년 방문예정인 에티오피아는 수확시기가 조금 빨라서 모든 공정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맞춤 커피를 찾고 싶다면
아직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카페 ‘디샤’를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정영선 대표가 품질좋은 생두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개인별 맞춤 커피 드립백을 즉석 가공해서 판매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산지의 생두를 구매해서 개인별 원하는 취향에 맞춰 ‘디샤블랜딩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의 커피 맛을 잊지못해 타지에서 구매 문의가 많아 택배와 인터넷 판매를 고민하다 나온 방안이다. 물론 원두 특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원하는 향이나 맛을 말하면 직접 추천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심사를 할 때는 순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로스팅 방법이나 맛의 풍부함 등 심사 기준에 따라 평가하지만 누구에게나 1등 커피는 없다”며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1등 커피”라고 말한다.
이 기사를 쓰는 지금도 정 대표가 내려준 케냐 커피향이 혀끝에 맴돈다. 입맞에 맞춘 1등 커피를 찾고 싶다면 ‘디샤’로 향하길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