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던 잎이 노랗고 붉게 바뀐다 싶더니 어느새 거의 떨어져 버리고 없어 쓸쓸함만 배가시키고 있다. 가을이다. 가을은 두 가지의 의미로 다가온다. 하나는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의 결과물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반대의 이유로 이렇다 할 수확 없이 황폐한 상황이다.
이 시기의 학업에 대한 성취물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3 수험생들은 수능이 약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어느 정도는 학업에 대한 수확물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이다. 뜻밖의 요행을 바라기도 하겠지만 ‘수확의 법칙’에 따르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수확의 법칙’이란 경제적으로 쓰이는 ‘수확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 of scale)’과 또는 ‘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 of Scale)’과는 구별된다.
내가 말하는 ‘수확의 법칙’은 인과응보(因果應報), 자업자득(自業自得)과 유사하다. 그러나 또 그것과 다른 점은 원인과 그에 따르는 결과가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사람 마다 임계점(the critical point)이 달라서 결과가 모두 같은 시기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2 여학생으로, 매우 착실하며 90분 수업 동안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강사의 지도에 잘 따르는 학생이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이 학생의 수학 점수가 항상 80점대만을 유지하는 것이다. 학습 태도로 봐서는 전교 10위권에 있어야 할 학생인데, ‘수확의 법칙’에 해당하지 않는 전형적인 예이다.
또 다른 학생은 초등 5학년 남학생으로, 수학 문제를 눈으로만 풀려고 하며, 기껏 연필을 잡더라도 최소한의 계산 과정만으로 답을 끝낸다. 학습 태도는 말할 것도 없고 필기구도 없이 몸만 와서 연필, 지우개를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 남학생은 기본수준의 문제는 틀리지 않으며,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 중심으로 학습하면서도 타 학생에 비해 오답률도 현저히 낮다. 이 역시 ‘수확의 법칙’에서 벗어난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수확의 법칙’에는 임계점(the critical point)이 있다. 이 임계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5학년 남학생처럼 작은 노력에도 임계점에 도달하여 훌륭한 결과물이 보이는 반면, 또 어떤 이는 중2 여학생처럼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미리 포기하거나 매우 뒤늦게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럼 좋은 결과물(수확)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문(愚問)에 대한 우답(愚答)이겠지만 이 답이야말로 현답(賢答)일 것이다. 바로 자신의 임계점까지 노력을 한 뒤에 수확을 하면 된다.
임계점의 도달이 느린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같은 시기에 수확을 하려면 당연히 배로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안 되면 수확의 시기를 조금 늦춘다 생각하고 세배, 네배 노력하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노력의 과정은 좀 더 길고 더디겠지만 더딘 만큼 임계점에 도달해 훌륭한 수확물을 얻었을 때, 그때 느끼는 성취감과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인내의 시간은 자신만의 내공이 되어 학습하는데 가속도가 붙을 뿐만 아니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