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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읍내의 속살, 골목골목에서 휴머니즘을 만나다”
광양역사문화관, 수성당, 벅수길, 읍성 터, 그 곳에‘사람’이 있었다.
[715호] 2017년 06월 02일 (금) 18:06:41 김영신 기자 yskim0966@naver.com
   
 

골목길을 걷는 것은 오랜 시간 속에 보석처럼 박힌 이야기를 꺼내는 일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골목길을 걷다보면 사색과 철학의 세계로 빠져 든다.

국내 곳 곳, 바다 건너 유명 문화관광 명소 몇 군데 쯤 들러봄직 했다면‘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에 여행의 신비감은 희석되기도 할 터, 그래서 요즘‘골목 여행’이 사람들을 반기는 분위기다. 마치 먼 길을 돌고 돌아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회귀 본능을 지닌 연어처럼......

바쁜 도심 속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서울의 인사동 골목, 수탈의 흔적이 남은 낡은 골목을 영화세트에 담아 내 역사문화기행의 명소가 된 군산의 옛 도심, 한옥마을로 도시의 품격을 높인 전주, 양적 성장에 밀려 점점 쇠락한 원도심을 잘 살려 낸 순천 문화의 거리 등 역사가 켜켜이 쌓인 오래된 도심의 골목들은 묘한 향수와 추억, 그리고 속삭이듯 이야기를 들려준다.

느리게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아기자기한 골목에서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버티고 서있는 오래된 가게와 그 안의‘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일종의 신비함이라 할 수 있을까?

골목여행의 좋은 점은 그저 쫓기지 않고 발길 가는 대로 편안하게 걸으며 이야기를 찾아 사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호‘길을 걷다’는 특별히 광양읍내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다.

   
 

돌담을 덮은 예쁜 담쟁이 넝쿨에 마음을 주면서, 돌담 안으로 잘 보존된 한옥들을 까치발을 하고 흘끔흘끔 넘겨다보면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리던 깊은 우물을 그대로 간직한 마당에 눈길을 주기도 하면서, 주인 몰래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걸었다.

광양역사문화관 은행나무 아래서 시작 된 우리의 골목여행 안내자는 정회기 광양학연구소장.

그는 정채봉 동화작가, 이균영·주동후 소설가 등 광양이 키운 문학인들이 어느 골목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으며‘천하일미 마로화적’이라는 광양 숯불구이는 신분사회가 사랑과 자유를 옥죄던 조선 말, 읍성 밖에 살았던 백정들로 인해 생겨났고, 원님길이라 부르는 지금의 희양현로는 인동리에서 읍성으로 들어오는 길 초입 양 쪽에 벅수(장승)가 서있었다고 해서‘벅수길’이라고 불렸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의 광양역사문화관은 옛 광양군청이었고 황순원 문학관장을 지낸 진월면 차사리 출신 소설가 안영이 그 곳에서 근무했다는 것, 광양읍내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정채봉 작가가 문화원 주변에 있는 고모집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광양읍내에서 가장 오래 된 목욕탕 ‘삼일탕’이 있던 자리, 서커스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던 화신광장 자리, 동외 마을 회관 앞에 방치된 공터가 옛 교육청 관사였다는 것, 정회기 광양학연구소장이 친구들과‘짤짤이’를 하고 놀았다는 남문세탁소 옆 병아리 부화장은 1968년 이후부터 줄곧 비어 있었다는 등 시간 속에 묻혀 있던 광양읍내의 숨은 이야기들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날 여행자들은 광양 최초의 경로당이었던‘수성당’마루에 앉아 100년의 시간을 더듬고 남문, 북문, 동문 등 광양읍성 터를 따라 가며 광양의 옛 지도를 떠올리면서 각 자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이렇듯, 오랜 시간이 빚어 낸 공간 ‘골목’은‘서사’와‘추억’의 나이테에 사람들의 숨결을 함께 담고 있다. 골목을‘사람을 만나는 휴머니즘의 세계’라고 하면 과장일까?

사유할 수 있는 도시, 기억을 더듬고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도시, 다시 말해 걷고 싶은 도시는 살고 싶은 도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다.

   
 

광양읍내가 그렇다.

안전하게 걸을 수는 있으나 한 낮 따가운 햇볕을 가려 줄 키 큰 가로수가 없어 아쉽고, 걷다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컨텐츠들은 부족하지만 광양읍내 골목골목은 한번 쯤 걸어 볼 만 하다.

오늘 함께 한 골목여행자들은 공감했다.

광양시가 추진하는 문화도시조성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따로국밥’이 되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광양읍내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있고 종로구 인사동의 골목길 보다, 이태원 경리단길 보다 더 멋지게 살릴 수 있음을......

광양읍내, 우리읍내가 골목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전국의 걷기명소‘워커블 핫 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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