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사고, 절망도 컸지만…장애인에 대해 가슴깊이 이해할 수 있었죠”
“아찔한 사고, 절망도 컸지만…장애인에 대해 가슴깊이 이해할 수 있었죠”
  • 이성훈
  • 승인 2016.12.30 19:03
  • 호수 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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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신체장애인복지회 광양시지부 이광식 지부장
이광식 지부장

“요즘에는 어딜 가더라도 장애인들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먼저 보게 됩니다. 제가 직접 장애인이 되어 보니 소외계층에 무심했던 지난날이 후회도 많이 되고 더욱더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남신체장애인복지회 광양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광식 지부장. 겉으로는 건강해보이지만 지체장애 3급이다.

수년 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후 다리 한쪽은 의족에 의지한 채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으련만 비가 오는 날이면 지금도 한쪽 다리에 통증이 있는 것처럼 저리고 아파온다.

성황 정산마을이 고향인 이광식 지부장은 골약동청년회장도 역임하면서 누구보다 활발히,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다 2012년 직장에서 갑자기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한쪽 다리를 잃고 말았다.

이제는 잃은 다리를 의족이 대신하고 있는데 많이 걷는 날이나 비오는 날이면 다쳤던 부위가 쑤시고 아파오기 일쑤다. 이 지부장은 그러나“저보다 더 힘든 장애인이 훨씬 많다”며“조금은 불편하지만 여기저기 자유롭게 다니고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막상 장애인이 되어보니 사회생활에서 형식적으로 봉사했던 것들이 마음에 걸렸다. 이 지부장은“직장 다닐 때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 대부분 형식에 그치고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었다”며 “막상 장애인이 되어 보니 장애인들에게 후원금 1만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다리를 다친 후 몇 달간은 집에서 절망에 빠져 살았다. 밤이면 밤마다 악몽을 꾸기도 하고 미래는 과연 존재하는 지 불안감에만 휩싸였다. 하지만 이렇게 우울함 속에서만 살수는 없었다. 이광식 지부장은 일어서기로 마음먹었다.

자신 보다 훨씬 더 어렵게 사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이대로 절망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부장은“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저는 걸어 다닐 수 있고 일상생활도 큰 문제가 없었다”며 “저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들의 처지를 생각하니 더 이상 비관적으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후 바뀐 삶 “저보다 못한 장애인들을 위해…”

이 지부장은 2013년 1월부터 신체장애인복지회 광양시지부장을 맡으면서 장애인들의 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는 UN에 등록된 유일한 장애인단체인데 81년 10월 설립됐다.

신체장애인복지회는 아동 및 성년에 이르는 다양한 층의 장애인복지 등 소외계층 및 지역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복지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남에는 22개 시군에 지부가 있으며 광양은 2010년 11월 설립했다.

신체장애인복지회 광양지부는 동광양로타리클럽과 정기적으로 재가장애인 생활안정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광양시지부는 그동안 영호남 장애인 친선 교류 및 복지증진대회를 비롯해 △장애학생 돕기위한 전라남도 사랑의끈 연결운동 △여수 해상케이블카 장애인 체험나들이 △담양 대나무숲 장애인 체험 △희망·기쁨·나눔행사 △봄 나들이 및 하계수련회 등 지역 장애인들을 위해 해마다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동광양로타리클럽 회원이기도 한데 신체장애인복지회와 동광양로타리클럽이 공동으로 재가장애인 안정지원사업으로 생필품을 전달해주고 있다. 

이광식 지부장은“광양에는 약 300여명에 가까운 장애인 회원이 있다”면서 “나들이 행사에는 후원자들이 행사 일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 지부장은“신체장애인협회에서 장애인들의 절박한 사정, 개인들 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보니 이들이 무엇보다 마음의 문을 닫고 생활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며“좀 더 용기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비장애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직접 장애인이 된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정말 달라졌다”며“어느 건물을 보더라도 장애인들에게 배려한 점이 없는 지 가장 먼저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식 지부장은 올해 장애인들에게 소일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다. 그는“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도 일거리가 없어 허송세월을 보내는 장애인들이 정말 많다”며“이들이 할수 있는 간단한 수작업 등을 찾아 조그마한 일자리라도 제공해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 지부장은“소일거리를 통해 단 몇 푼이라도 버는 것이 장애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면서“지역 사회에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광식 지부장은“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혼란스럽다”며 “하루빨리 국정이 안정되고 15만 시민들에게도 닭 울음처럼 청량하고 희망이 담긴 메시지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그는 끝으로“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라며“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같은 하늘 아래서 행복하게 사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