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 서천 무지개분수 건너편 오두막, 이곳은 서천 무지개분수 관리사업소면서 이명찬(33) 씨의 작업실이다. 지난 2일 오전 이곳에서 만난 이씨는 관람객이 늘어나는 주말을 앞두고, 신청자들의 사연을 편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개장한지 올해로 5년째, 무지개분수는 지역민 뿐 아니라 타지인도 꼭 한번 찾고 싶은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비슷한 음악분수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광양의 무지개분수가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배경에는 콘텐츠 연출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저 아름다운 음악분수쇼는 누가 만들까’라는 호기심에 만나본 이명찬씨. 무대연출이나 문화 기획 전공자로, 엄청난 커리어를 가지고 있진 않을까라는 예측과는 달리 그는 그냥‘공무원 사람’이었다.
“연출자요? 그런 수식어는 부담스러워요. 저는 그냥 광양시 시설관리과에서 서천 무지개분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무기계약직이에요”
그가 음악분수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13년 9월 인사발령 후부터다. 교통과에서 차량등록 업무를 하던 그는 전산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무지개분수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음악에 맞춰 물, 불, 레이저가 나올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편집하는 게 그의 주 업무다.
컴퓨터 통계학 전공으로 프로그래밍에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음악분수 편집업무는 프로그래밍에 문화와 감각적인 요소를 덧씌워야 하는 창작 업무였기에 녹록지가 않았다. 전문적인 일이다보니 관련 정보와 노하우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누구 하나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이씨는 일단 기본적인 콘텐츠를 구입한 외주업체를 통해 하나하나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또 전국 음악분수들을 하나하나 찾아 연출자들을 만나 노하우도 익혔다. 하루 종일 음악 방송을 들으며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편집하는 일을 2년여 간 하다 보니 이제는 제법 작품 수도 늘었다.
“매번 똑같아 지루하다는 민원이 많았는데, 음악 1곡당 100만원 정도 하는 콘텐츠를 번번이 살 수가 없잖아요. 제가 직접 배워 만들다 보니 예산도 줄이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아요.”
무지개 분수는 지역민들이 보낸 사연과 사진을 콘텐츠로 활용한다는 점이 자랑이다. 서천무지개분수 홈페이지에 남겨진 프로포즈, 생일축하, 환영인사, 감사인사 등 지역민들의 소소한 일상과 이야기들을 엮어 한편의 드라마틱한 음악분수쇼를 연출하는 게 요즘 이 씨의 가장 큰 재미다.
이씨는 “하루종일 외딴 섬에 혼자 틀어박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휴일엔 더 바쁘게 작업하다보면 지칠 때가 많지만 공연 후 들려오는 환호 소리에, 이벤트 참여하신 분들의 후기 한마디에 자부심이 생겨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설도 낡고 연출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무지개 분수가 전국에서 가장 볼만한 음악분수가 되게끔 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서 “모든 분들이 제가 만든 분수쇼와 함께 즐겁고 감동적인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