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노트에 내 인생 모두가 담겨 있어”
“손바닥만 한 노트에 내 인생 모두가 담겨 있어”
  • 이성훈
  • 승인 2015.04.13 10:43
  • 호수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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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간 일기 써온 이기헌 어르신
50여 년간 꾸준히 일기를 써온 어르신이 화제다. 중마동에 살고 있는 이기헌(89) 어르신은 요즘도 빠지지 않고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를 정리하고 있다.

어르신은 A4 용지 절반을 잘라 책으로 엮은 다음 일기를 쓰고 있는데 그날 어디를 다녀왔고 무엇을 했으며 누구를 만났는지 깨알같이 메모를 해두고 삶을 기록하고 있다.

이기헌 어르신은“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기를 썼는데 어느새 50년이 훌쩍 넘었다”고 멋쩍어 했다. 일기는 한자와 한글을 혼용해서 쓴다. 한문을 꾸준히 공부해온 어르신은 광양향교에서 교화부장을 맡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광양읍에서 지방신문 지국을 맡으며 잠시나마 기자 생활도 했다고 한다.




일기 맨 앞에는‘중요기사’란을 두고 그달에 챙겨야 할 중요한 가족사나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을 적어 놨다. 얼마 전에는 중마동에 들러 황형구 신임 중마동장을 만난 이야기도 적었다. 이 어르신은“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삶을 되돌아보면서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일기장에 차곡차곡 인생이 쌓여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50년이면 일기장이 꽤나 모였을 법 한데 안타깝게도 2002년 이전 일기는 서울에 사는 아들이 가져갔다고 한다. 이기헌 어르신은“아들이 필요해서 일기장을 가져갔는데 지금 그대로 있다면 방안 수북이 쌓였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중마동인 불로마을이 고향인 어르신은 요즘도 옥곡으로 자주 마실을 나간다. 이제 곧 90이지만 여전히 옥곡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 어르신은“읍 5일장이나 옥곡에 비해 중마시장은 너무 작은 것 같다”며“인구 5만을 감안하면 중마시장이 좀 더 규모가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우리같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시장 구조가 바뀌면 더할 나위 없겠다”며“어쨌든 정겹고 넓은 중마시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르신은“가끔 일기장을 보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며“앞으로도 쓰러지지 않는 한 일기는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