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32> 나눔과 상생을 추구하는 금융인
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32> 나눔과 상생을 추구하는 금융인
  • 광양뉴스
  • 승인 2015.01.30 22:28
  • 호수 5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백경현 광양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이야기 -

 


백경현 광양시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국궁을 잘 한다. 연 6몰기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궁에서는 화살 5개씩을 모아 ‘1순’이라 하며, 사대에 서서 1순씩 활을 낸다. 연 6몰기란‘6순의 화살 30발’을 모두 과녁에 관중시켰다는 말이다. 국궁계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이다.

한때 골프에 입문하기도 했지만 결국 국궁으로 돌아섰다. 특히 광양시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로는 오히려 골프를 더 멀리 하게 되었다. 가까운 친구분이 고급 골프채와 가방까지 챙겨주었는데도, 이것마저 다른 친구에게 주고 말았다. 현 광양시새마을금고의 규모와 위상, 그리고 그간의 업적이라면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로 호사해도 괜찮을 여건이건만 그런 길을 가지 않는다. 오해의 소지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전문 CEO로서의 철저한 자기 관리 때문이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참외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평범한 진리를 금과옥조처럼 지키고자 한다.

지난해에는 이사장으로서의 임무수행에 매우 중대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광양읍 지점 신설부지와 건축신축사업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고발을 당해 수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광주지검순천지청으로부터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만일 그 동안 CEO로서의 행보에 행여 갓이라도 고쳐 쓰고, 신발 끈이라고 고쳐 맸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까?‘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주 작은 한 털 먼지일지라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규정과 상식을 존중하여 평소의 소신대로 경영해 왔던 그 동안의 발자국이 아니겠는가?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을 나누는 은행을 만들자

광양시새마을금고는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의 목표는 경제적인 이익 창출이다. 물론 광양시새마을금고는 주민들의 상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비영리 신용금융기관으로 출범했다. 조합원에게 저축을 권장하고 조성된 자금을 소규모 생산업자에게 낮은 이자로 융자해 주는 것이 본래의 취지며 목적이었다. 그 동안 그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는 원론적 임무를 성실히 담당해 왔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경제 상황이 설립 당시에 비해 판이하게 달라졌다. 즉, 광양제철소 발전에 힘입어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경제규모가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도 존립했던 농협은 물론이고, 우리은행과 굿모닝증권회사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이 들어섰다.

그런 금융기관에 맞서기 위해서 새마을금고 역시 그에 걸맞은 경영으로 전환해야만 했다. 돈이란 이익이 있는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주민들의 상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금고라 할지라도, 이익을 찾아 흐르는 돈의 흐름을 무엇으로 막는단 말인가?

백 이사장은 이런 지역 주민들의 정서와 경제현실을 누구보다 잘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시민에 뿌리내리고, 시민에 의해 성장하며, 그 열매를 시민들과 나누는 금고’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천명하게 이르렀다. 곧 새마을금고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나눔과 상생’의 경영철학을 도입한 것이다.‘이윤 창출’에 방점을 먼저 찍은 것이 아니라.‘나눔’에 먼저 방점을 찍었으며 그 최종 목표를‘상생’에 둔 것이었다.

이윤 창출이 최대 목표인 금융기관에서‘나눔’의 경영전략은 얼핏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이윤보다 먼저 나눔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경영전략은 상식적인 논리에도  맞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백 이사장의‘나눔’의 개념을 달리 해석했다. 단순히 많은 이문을 창출하여 배당금을 듬뿍 주는 개념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역 경제 성장의 이면에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을 배려한 나눔이었고, 주민들에게 문화와 예술 등을 향유하여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간접적 나눔이었다. 그래서‘MG갤러리’를 만들고,‘MG봉사단’을 조직하여 운영하였다.

그 역발상 전략은 적중했다.‘나눔’의 경영철학이 주민들을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관심이 많아지니 새마을금고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며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그 위상이 한층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윤은 점점 커지고, 이윤이 커지니‘나눔’은 더 활발하게 일어났다. 상식에 어긋난 것 같았던 나눔의 경영철학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성과를 얻게 되었다.

그 결과 지난 1985년 5월 총자산 1,000만원, 조합원 50여명으로 시작한 금고가 지난 2007년 567억원에서 2008년 907억원으로 자산이 급증하다 2009년에는 1,344억원을 돌파했다.

그러한 여세를 몰아, 2009년에는 광영동에서 일시에 중마동 상권 중심가에 3층짜리 사옥을 세워 광양시민의 금융기관으로 우뚝 세웠다. 1층은 금융점포와 여유로운 카페 분위기의 약속장소로 꾸몄으며, 2층은 최고급 가구를 채용해 지역의 여러 가지 모임에 적합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3층은 평생학습과 갤러리로 이용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중마동 본점을 중심으로 광영지점, 무등지점, 제철지점, 송보지점까지 거느린 거대 금융기관이 되었다. 역사는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있다. 오는 2월 16일 광양읍지점이 오픈된다. 이 지점 역시 단순한 금융기관의 개념을 넘어서서 시민들에게 휴식과 학습과 봉사의 기회까지 제공하는 멀티개념의 공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이 입증하듯, 2015년 현재 7만명의 회원과 총자산 3,000억을 넘어서는 새마을금고로 급성장하게 되었다. 이로써 명실공이 광양시새마을금고가 광양전역을 어우를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멀티 문화공간을 창출하다

광양시는 지난 1980년대 중반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이래, 오늘날 인구 15만명이 넘는 철강과 항만도시로서의 면모를 일순간에 갖추었다. 이처럼 급격한 인구 팽창과 산업발달로 외형적으로는 큰 도시의 발전했지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즉,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정신적 여유를 갖게 하는 문화와 예술에 근접하게 하는 일이다.

백 이사장은 이러한 지역적 여건을 일찍 깨닫고 중마동 사옥 3층에‘MG갤러리’라는 시민 문화 공간을 마련하였다. “새마을금고는 수익의 5%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우리금고가 임대수익이며, 관리비만 연간 1억원이 넘는 중마동 본점‘MG갤러리’는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도우면서 동시에 시민에게는 품격 높은 문화생활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MG갤러리’에는 최근에 발간된 각종 서적들이 비치되어 있다. 누구나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독서삼매를 즐길 수 있다. 좀 더 여유를 부리자면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되는 작은 금액으로 가능한 차라도 한 잔 마셔가며 글줄을 따라 또 다른 세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또한 오는 2월 준공하는 광양읍지점 사옥에도 1층에 150평 크기의 갤러리를 만들고 있다. 카페도 만들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연출하고, 주말에는 급식소를 운영하는 멀티 공간을 만들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금융기관에 2층 3층도 아닌 1층에 이런 공간을 만들겠다는 점에서 백 이사장 특유의 경영관과 안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광양에는 아직까지‘MG갤러리’만한 문화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광양문화예술회관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 화가들이나 문인들에게 즐겨 찾는 문화공간으로서‘0순위’이기도 하다.

다양한 나눔 행사로 동반 성장을 추구하다

백 이사장은‘나눔을 통한 동반 경영정신’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다양한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MG봉사단’운영일 것이다.‘MG봉사단’은 지난 2012년 3월 광영동‘행복나눔터 1호점’을 시작으로 MG투어, 라면나눔 행사 등 지역 사회를 위해 다각도로 활동을 펼쳐 왔다. 그 후 중마동 무등파크아파트 건너편에‘MG행복나눔터 2호점’을 개점하였으며, 광양읍지점 사옥이 완공되면‘MG행복나눔터 3호점’을 개관하게 될 것이다.

MG행복나눔터는‘희망,‘사랑’,‘소망’,‘행복’으로 나누어 140명의 봉사단이 매주 토요일 낮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돌아가며 국수 나눔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어느 누구든 찾아오면 맛있는 국수 한 그릇을 대접받을 수 있다. 백 이사장은“광양시민 누구나 오십시오!”라는 말로 이 행사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라면나눔행사’는‘가장 맛있는 라면은 이웃과 함께 라면입니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0년부터 연말이며 어려운 가정과 지역아동센터 및 경로당 등에 라면을 나누어주고 있다. 올해에도 5,000박스(10만개)를 소화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나눔데이’행사를 벌여 20kg짜리 쌀 60포를 (재)광양시사랑나눔복지재단에 기탁하기도 하였다. 한편 2012년 여수엑스포 당시 입장권 1만장 구입하여 지역민들에게 나누어 주어서, 엑스포조직위원회의 성과도 돕고 주민들에게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시도 하였다.

미래의 꿈나무들에게도 관심이 높아 2014년에는 광양공공도서관에서 준비한 관내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는‘독서골든벨’프로그램을 전액 지원했다.

MG봉사단 회원들과 금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봄ㆍ가을 2차례씩‘MG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가을에는 국화꽃이 만가한‘함평 대한민국 국향대전 관람’에 총 800여명이 참가하여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이 행사는 점점 더 회원들의 높은 참여로 금융기관과 지역 회원의 유대를 강화하는 특색 있는 문화체험행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눔 행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나눔이 곧 광양시새마을금고의 위상을 제고하는 가장 이상적인 전략임을 실천적 경험을 통해 얻은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백 이사장 가족 사항은 부인 이숙경 여사와 딸 둘이 있다. 이숙경 여사 역시 국궁을 잘하시는 여궁사이다. 아니 서예가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벌써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수차례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또한‘MG봉사단’에서 백 이사장을 도와 중심적인 활동을 함께 함으로써 내조의 공을 톡톡히 세우고 있다. 

백 이사장은 책을 가까이하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경제 관련 도서는 물론이고 자기개발서와 같은 책들을 즐겨 읽는다. 그것은 28살 때 읽었던 로버트 슐러의 『적극적인 삶』이라는 책의 영향이 크단다. 로버트는‘자신의 책을 읽고 한 가지를 정해서 반드시 실천을 해보지 않는다면 내 책은 결코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실행해 볼 것을 강조했는데, 그의 삶에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고 한다.

이 지역의 조그마한 새마을금고를 ‘3,000억짜리 광양시새마을금고’로 환골탈태시킨 원동력인 ‘나눔과 상생의 경영철학’을 백 이사장은 어디서 가져온 것이었을까? 행여 독서는 아니었을까? 감히 내 나름 상상해 본다.

박행신 광양문화연구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