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28>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노래장터가 되길 꿈 꿉니다.”
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28>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노래장터가 되길 꿈 꿉니다.”
  • 광양뉴스
  • 승인 2015.01.05 09:44
  • 호수 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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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파파프랜즈’남성 합창단 -

 

파파 이우연 지휘자.


사회자의 소개말에 이어 중년 남성들 여남은 명이 무대에 올랐다. 근사한 연미복을 입은 모습이, 멋진 가곡이 이어질 것 같다. 그런데 웬걸,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트로트다. 예상을 깨는 파격에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가 이어진다.

노래가 바뀌고 전주가 흐르는 동안 합창단은 등을 보이고 서 있다. 전주가 끝날 무렵 뒤돌아 선 그들의 얼굴엔 선글라스가, 머리에는 보라색, 노란색의 가발이 씌워져 있다. 관객들의 박장대소가 이어진다.“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넘던 이별~고개~~ 하얀 연기 앞을 가려~~” 구성진 가락에 맞춰 이젠 율동까지 펼친다. 환호하는 관객들의 함성이 이어지고, 객석은 후끈 달아오른다.

광양시의 남성합창단‘파파프랜즈’ 이야기다. 내가 그들을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동창회장에서였다. 익히 잘 알던 동창 몇이 무대에 서 있었다. 평상복이 아닌 연미복 차림의 그들은 멋져보였다. 무대 위의 그들은 자유로운 율동과 환한 웃음으로 맘껏 망가지고(?) 있었다. 평소 내가 아는 동창들이 아닌 듯 무대 위의 그들은 커보였다. 간혹 TV에서나 보던 남성합창단이 우리 고장 광양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신선했다. 게다가 형식을 깨는 그 파격이라니…….

 


2013년 정식 창단, 30여 회 크고 작은 공연 가져

‘광양시파파프랜즈’(이하 파파)는 2011년 결성되었다. 현재 순천산재병원 원장으로 있는 김용주 원장을 비롯하여 노래를 좋아하는 몇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당시 광양제철 회사원을 중심으로 한 남성합창단이 있긴 했으나 광양읍과 중마동을 아우르는 대표성 있는 합창단이 없었다. “처음에는 합창단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미미하였습니다. 2011년 11월 광양여성합창단이 창단되었고, 여성합창단의 정기연주회 때 특별출연 형식으로 무대에 오르기 위하여 매달 한 번씩 모인 것이 시초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우리도 팀을 꾸려보자 라는 생각으로 초대 반재경 단장을 모시고 정식 합창단 이름을 걸고 창단하게 되었습니다.”파파의 이우연 지휘자의 말이다.

파파는 정식 창단한 그 해 약 30여회의 크고 작은 공연을 가졌다. 2013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찬조출연, 남원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 게스트로도 출연하였다. MBC광양만권 가족콘서트에 출연하여 최우수인기상도 수상하였다.

‘파파프랜즈’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우연 지휘자의 말을 들어보자. “‘파파프랜즈’는 철없는 아빠들의 아우성입니다. 가정과 직장에서의 무거운 틀을 잠시 내려놓고 춤과 노래로 관객과 하모니를 이루는 것입니다.‘프랜즈’ 즉 친구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에 이런 이름이 된 겁니다. 독창도 가능하고 때로는 중창, 또 때로는 합창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활 속에 살아있는 문화가 아닐까요?”

신선한 아버지 모습을 선보이다

현재 파파는 2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파파에 음악을 전공한 회원은 한 명도 없다. 그 흔한 성가대원도 한 명 없다. 회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산장주인도 있고, 주유소를 경영하는 회원도 있다. 전직 교장선생님, 회사원, 개인 사업을 하는 회원도 있다. 다채로운 직업군이 모여 노래로 하나가 되고, 친구가 된다. 각 직장에서 살아온 문화는 다르지만 하모니로 하나가 된다.

“2012년 매화축제가 열릴 때, 친구의 권유로 합창단원이 되었습니다. 노래를 잘하기 보다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피곤하고 화가 날 때면 노래가 나오지 않습니다. 내가 즐거워야 노래도 음미하게 됩니다. 내 자신이 즐거워진 날이 많아진 것이 합창단 활동 후 일어난 가장 큰 변화입니다.”우용민 회원의 말이다. 2012년 회사원으로 참여한 후 합창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유영오 회원은“예전에는 스포츠를 취미로 삼았습니다. 합창단 활동은 좋은 사람들과 취미활동을 하면서 교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우리가 하는 활동이 지역의 문화 창달에 이바지 할 수 있다니 더 좋고요.”

이제 합창단에 들어온 지 한 달 정도 된 신입 이한호 회원은“무대에 처음 섰을 때 어린 시절의 학예회가 떠올랐습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나를 표현한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일상 외에 새롭게 도전할 일이 생겨서 긴장감도 들고 진도 나갈 때마다 성취감도 얻습니다. 가족에게 생활에 찌들지 않은 신선한 아버지 얼굴을 다시금 선물할 수 있는 것이 이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입니다.”라고 말한다.

 


노래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광양의 문화르네상스를 꿈꾸다

파파는 매주 수요일 7시에 광양문화원(광양읍 소재)에 모여 규칙적인 연습을 한다. 회원의 대부분이 생업에 종사하기에 빠지는 사람도 많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없고,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연습시간은 자연히 길어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율동이나 소품도 준비해야 한다.

선글라스나 반짝이 옷도 구입하고, 춤도 연습한다. 유용민 회원 “저는 직업의 특성상 작업복을 주로 입기에 연미복이나 양복을 입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연미복을 차려입고,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선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로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유영오 회원는“공연 요청은 많이 들어오지만 직장인의 특성상 토요일과 일요일이 아니면 출연이 어렵습니다. 또 최소 25명은 되어야 합창단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인데 아직은 홍보 부족으로 실질적인 연습 인원이 십여 명에 그치는 점도 아쉽습니다.”고 말하며 노래에 관심 있는 아버지들의 참여를 기다린단다.

이우연 지휘자는“파파는 아버지들의 무대입니다. 평생 일해 온 일터에서 물러난 후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는 아버지들, 일에 지쳐 있는 아버지들, 모두들 환영합니다. 파파는 함께 춤추고, 함께 노래하는 아름다운 노래장터입니다.”라고 말한다.

누군가 돌을 들어 올려야 가재를 잡는다고 한다.‘광양의 문화르네상스’를 꿈꾸는 이우연 지휘자는 파파가 그 돌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수준 높은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해도 클래식공연에는 사람이 잘 모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좋은 기획자, 연주자도 중요하지만 관객도 음악의 한 요소입니다. 관객 없는 음악은 아무리 그 수준이 높아도 반쪽공연에 불과합니다. 관객이 모이려면 재미가 있어야죠. 그 재미를 위해서 때로는 무너지기도 하는 게 파파의 무대입니다. 파파는 노래 잘하는 음악가를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노래를 통해 소통하고 화합하는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면 됩니다.”

  을미년의 새 날이 밝았다.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파파도 햇수로는 5년째 접어든다. 2015년에는 강춘석 2대 단장 체재로 들어섰다. 이름 그대로 아버지의 마음까지 전할 수 있는‘파파프랜즈합창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선례 광양문화연구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