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25> 작은 퀴리부인의 발견
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25> 작은 퀴리부인의 발견
  • 광양뉴스
  • 승인 2014.12.15 13:56
  • 호수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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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밥 연구 대통령상 수상, 광양중진초 김영신 선생님 -

 


“올해 비로소 가을이 보이네요.”
 긴 생머리에 단아한 모습이 습지를 헤집고 다닐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외모와는 달리 2년여를 습지로 일본잎벌레와 개구리밥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결국은 과학전람회에서 작년에 국무총리상 수상에 이어 올해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큰 사고(?)를 친 김영신 선생님. 올해야 비로소 여유롭게 가을이라는 계절이 보인다며 환하게 웃는다.

 

 

 

 

   유성생식을 하는 개구리밥 개구리밥이라고 하면 흔히 연못이나 웅덩이 또는 논에서 볼 수 있는 수생식물이다. 필자는 어릴 때 개구리밥을 떠내면서 놀기도 한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개구리밥의 꽃이나 종자를 본 일은 없다. 이 개구리밥이 한 해에 꽃을 피우고 종자를 맺으며 유성생식을 한다는 사이클에 대해 김영신 선생님에게 듣는 내내 필자는 퀴리부인이 생각났다.

 과학전람회 주제로 다루기에는 너무 흔한 개구리밥은 사실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분야였다고. 일본잎벌레를 연구하면서 습지에서 늘 보아왔던 친숙한 개구리밥. 이 개구리밥을 연구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나서부터 무엇보다 꽃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현화식물임은 분명한데 꽃 사진을 식물도감에서 조차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겨울 철에 물웅덩이를 가득 메운 개구리밥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추운 겨울에도 수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개구리밥이 국내 미기록종으로 모양새가 다른 개구리밥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개구리밥의 종류는 세 가지로 나뉜다. 개구리밥, 좀개구리밥, 분개구리밥이다. 특히 좀개구리밥은 여러 종으로 나뉘는데 분류체계가 잘 정립되어 있지 않은 국내 연구 실정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그나마 미기록종 2개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개구리밥의 꽃을 보지 못해서 연구와 관찰은 계속 되었다.

 오직 꽃을 꼭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실험 장치도 여러 개 해 봤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연구의 방향을 다른 데로 바꾸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1월에 그 개구리밥을 국내 미기록종에 포함시키면서 전남대회는 일단 통과를 했다. 그런데 전남대회를 마친 후 꽃이 피는 것은 물론 개구리밥 종자와 종자가 발아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면서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함께 엮은 개구리밥의 복합세대 한살이를 밝힐 수 있게 되었다.

 도대체 종자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어 물어보는 필자에게 500배 현미경으로 보면 종자는 꼭 아몬드처럼 생겼다고 알려 주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얻어낸 힘은 무엇보다‘관심’과‘관점 있는 관찰’이었다. 관심이 있어야 남이 못 보는 것을 보게 된다는 진리를 필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시료추적 현미경 발명
 김영신 선생님은 과학전람회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줄 알았단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과학에 대해 큰 관심도 없고 과학을 잘 하지도 못했지만 아는 분의 권유로 우연히‘일본잎벌레’라는 주제를 받아 전람회에 도전하게 되었다.

 일본잎벌레가 워낙 작은 곤충이다 보니 현미경 사용이 필수적이었는데 흔히 학교나 실험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현미경으로는 관찰의 제약이 많았다.

 왜냐하면 대개의 현미경은 재물대에 시료를 고정하고 관찰하는 방식인데 살아있는 곤충은 움직이기 때문에 관찰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료를 찾아 움직이는 현미경을 생각해 내었는데 그것이 바로 시료추적현미경이다. 시료추적현미경에는 usb현미경이라는 길쭉한 실체 현미경이 달려 있어 언제든지 프로그램만 깔면 노트북에 꽂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교수ㆍ학습 기자재로 활용도가 높아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았다.

 특허를 받지 않았냐는 물음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언제든지 움직이는 곤충을 관찰할 수 있고, 선생님들이 손쉽게 수업에 활용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사로서의 진실한 마음이 절로 느껴졌고, 퀴리부인처럼 개인의 이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과학자의 자세가 따뜻하게 전해져 왔다.

   과학적 호기심은 관찰에서부터
 과학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면 관찰이 중요하다. 관찰을 하다 보면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절로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게 된다. 과학의 기초탐구과정에는 크게 관찰, 분류, 측정, 추리, 예상, 의사소통이 있는데 이것에 충실히 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자신이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 아니라 이 기초탐구과정을 밟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부분을 충실하게 하다보면 응용이 되어서 시료추적현미경처럼 발명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김영신 선생님은 사소한 관찰정신이 큰 업적을 이루어낸다는 필자의 생각을 확인이라도 하듯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 과학 연구의 방향에 대해
 일본잎벌레는 습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처음에는 생물학적 방제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해충인지 익충인지 밝혀진 바 없고 마름을 먹고 살아서 일본잎벌레에겐 마름이 꼭 필요하지만 마름에게 일본잎벌레가 꼭 필요한지 그 부분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름이 붙어있는 것도 안타깝다. 찾아보니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일본잎벌레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세심한 부분까지 학술지에 발표된 내용이 많았다. 순수과학 분야에도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과학 정책이 우리나라도 필요하고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생작에 도움을 주고 싶어
 끝으로 대통령상은 예상했었냐고 물으니 개구리밥 연구는 유성생식의 사이클이 국내에 없는 분야라서 조금은 성과에 대해 기대를 했었다고 해맑게 웃는다.

 꽃까지만 보고 종자를 볼 수 없었는데 보고서 제출 후에도 계속 연구를 진행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신기하게도 전국대회 불과 2주 전에 종자발아까지 볼 수 있어서 유성생식의 사이클이 맞아 떨어졌다고…이번 연구의 성과는 주말을 습지에서 함께 보내면서 아낌없이 응원해 준 가족의 힘이었다고 전하는 김영신 선생님.

 김영신 선생님은 교사작으로 두 번이나 큰 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학생작에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밟아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그 자체를 즐기면서 탐구에 임할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는 마음이다.  앞으로 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필자는 속으로 퀴리부인의 세 번째 작품을 은근히 기대해 보는 마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