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한 목숨걸고 몇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딨습니까?”
“제 한 목숨걸고 몇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어딨습니까?”
  • 김보라
  • 승인 2014.05.12 09:34
  • 호수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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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 전문가’광양소방서 김 석 현 구조대 부대장

세월호 참사 여파로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시민들의 안전과 가장 직결된 사람은 바로 소방관일 것이다. 가장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오늘도 목숨을 걸고 뜨거운 생명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광양소방서 김석현 구조대 부대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김석현 부대장과의 일문일답.

- 인명구조 전문가라고 들었다. 몇 년째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계신가?
구조요원으로만 18년 째 근무 중이다. 광양 소방서와는 인연이 깊은지 벌써 세 번째 발령이다. 광양에서 근무한 기간만 따져 봐도 9년이 넘는다.

- 어떻게 소방관이 됐는지?
어릴 때 순천소방서가 망루 끝에 있었다. 당시에는 소방서 업무 자체가 구조보다는 화재 진화 쪽에 치중해 있어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어디선가‘불이 났나보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다 군 복무 시절 국가적인 대형재난을 접한 후 내가 구조 작업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소방관의 길에 입문하게 됐다.

- 세월호 참사 현장에도 투입됐다던데, 당시 상황은 어땠는가?
현재까지도 전남 소방관들이 돌아가면서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사건 발생 3일 뒤인 19~20일과 22~23일, 수색 잠수부로 투입됐다. 당시 현장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침통한 분위기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활동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까지도 비통한 슬픔을 애써 삼키고 있었다.
돌아와서도 그곳의 아픔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아파서 세월호 관련 언론보도도 하루 한 두 번만 보려고 노력했지만 가서 보고 듣고 느꼈던 지라 오랜 기간 상처로 남을 것 같다.
아마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건 발생 20여일이 지나다보니 모두들 높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푸념 같아 말을 꺼내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 구조작업을 펼치는 분들도 후유증이 오래 남을 듯하다. 상담이나 치유 프로그램에 좀 더 신경 썼으면 한다.

-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차거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생명을 구조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보람차지만 어린 학생들을 구조한 일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순천에서 산악구조대로 근무할 때 매산중학교 학생들이 지리산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돌아오다 관광버스가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학생 33명과 교사, 운전자 등 35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사망자와 큰 부상자들이 많아 촌각을 다투는 응급한 구조 상황이었다.
또 지난해 광양 여객 부두에서 차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탑승자들도 학생이었다.
학생 4명 모두 자진 탈출이 불가능할 만큼 큰 부상을 입었는데 다행히도 적시에 구조작업을 펼칠 수 있어서 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 위험하거나 힘든 일도 많을 것 같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구조 인력이 적은 게 가장 힘들다. 진도 팽목항이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어 구조 작업이 어렵다고들 하는 데 섬진강과 부두가 있는 광양도 마찬가지 조건이다. 또 광양은 제철 등 산업단지가 밀집해있어 대형화재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광양 지역 통틀어 구조차량은 1대밖에 없고 구조대원 9명이 3명씩 3교대로 근무한다.
안전 관련 매뉴얼이 잘 꾸려져 있긴 하지만 적은 인력으로 소화해내기에 역부족인 상황들이 많다. 이를테면 수난 구조작업을 위해 2명이 잠수해 바다로 들어가면 지상에서 1명이 상황을 체크한다. 문제는 잠수사가 사고를 당하면 구해 줄 여분의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냥 목숨 걸고 팀원들 서로서로를 믿고 작업에 나서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가족들이 걱정이 많겠다. 어떤가?
‘산, 바다, 들’ 1남 2녀, 우리 아이들 이름이다. 아이들은 근무하는 날이면 잠들기 전에 항상  “안녕히 주무세요”라며 안부전화를 한다. 또 아침에 눈을 뜨면 “안녕히 주무셨냐”고 전화를 한다. 소방관 가족들이 모두 그렇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사고에 늘 불안감을 안고 산다.
특히 진도에 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엄청나게 걱정했다. 이런 마음에 가족들과 더욱 애틋하기도 하지만 소방관 가족으로서 사명감을 알기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도 어느 정도 위험 부분을 감내하고 있는 것 같다.

- 안전과 관련해 관심이 높아졌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환경의 다변화로 각개각소에서 위험상황이 많다.
우리나라는 각 행정기관 별로 안전에 관한 매뉴얼이 굉장히 잘 구축돼있다. 또 필요하다면 소방서 역시 언제든지 관련 정보를 제공해준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시민들이 먼저 나서 안전에 관한 매뉴얼을 숙지하고 평소 대응방안을 모색해두면 위급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또 요즘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TV프로그램도 많으며 각종 매체에도 응급상황시 대처요령에 대한 정보가 많다. 이를 활용해 시민들 스스로가‘건강한 가정, 건강한 직장’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한다. 소방서는 항상 열려있다.

김석현 부대장은 부족한 구조인력의 후임을 양성하기 위해 잠수지도자 자격자로 직원들의 교육을 맡고 있으며 중앙소방학교에서 인명구조사 자격 평가관을 맡고 있기도 하다.
내 자신보다 남을 위해 치열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그가 있어 오늘도 우리가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건 아닌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