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보다 더 소중한 우리 학교ㆍ선생님ㆍ학생들”
“내 집보다 더 소중한 우리 학교ㆍ선생님ㆍ학생들”
  • 이성훈
  • 승인 2013.09.16 10:00
  • 호수 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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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여중 지킴이 이종무 씨
“우리 손녀들이 얼마나 야무지고 똑똑하고 착한 줄 아세요?”

광양여중 야간 경비 업무를 보고 있는 이종무 씨에게는 손녀가 900여명이 넘는다. 광양여중 학생 모두가 그에게는 손녀나 다름없다. 교정 여기저기에서 친구들과 재잘재잘 거리며 웃는 손녀들을 보면 없던 힘도 부쩍 난다.

이종무 씨는 광양여중 경비 업무를 본 것은 올해로 5년째다. 그가 하는 일은 방과후 각 교실을 비롯해 창고, 사무실이 잘 잠겨 있는지, 한밤 중 무슨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지, 귀가하지 않은 학생은 없는 지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다.

근무 시간은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다. 하지만 그는 아침 일찍 교문을 열고 학교 전체를 청소한다. 청소는 이종무 씨의 업무는 아니지만 아침에 한 시간 이상 학교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 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가 잠시 쉰 다음 오후에 출근한다. 오후 5시가 출근 시간이지만 4시 30분쯤 미리 나와서 학교를 전체적으로 돌아보면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밤 12시에 퇴근하지만 새벽 3~4시가 되면 문단속이 잘되어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다. 5년간 근무하면서 이런 생활이 습관이 됐다. 초창기에는 아무도 없는 한 밤 중에 혼자 교실을 돌아보는 것이 오싹했다고 한다. 그는 “조용한 새벽에 복도를 돌아다니다보면 누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한 적이 많았다”며 “요즘에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무서움은 많이 극복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학교에 나오다보니 이 씨는 어느 선생님이 일찍 오고 늦게 오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김광섭 교장 선생님이 가장 빨리 오시고 선생님들도 출근이 시작된다”며 “선생님마다 출근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시간을 넘겨 오는 선생님은 없다”고 말했다.

5년 동안 경비 업무를 보면서 학생들의 변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 광양여중에 왔을 때 이 씨는 학생들에게 무시도 당하고 그들만의 언어문화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 씨는 “학생들이 욕을 섞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 혼탁했었고 경비라고 은근히 무시하는 경우도 많았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라고 한다.

학생들도 할아버지처럼 잘 따르고 말도 예쁘게 해서 얼마나 기특한지 모른다. 이 씨는 “변화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교육의 힘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며 “교장 선생님과 교직원 모두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잘 가르쳐주신 덕택이다”고 감사해했다.

부산이 고향인 이종무 씨는 지난 2000년 광양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내 고향이 옥룡인데 현재 옥룡에서 아내와 도란도란 살면서 광양에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과거 술에 찌들어 가족들에게 피해를 많이 줬다”면서 “광양에서 교회를 다니고 경비 업무를 맡으면서 제 삶이 완전히 변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앞으로 광양여중에 얼마나 몸담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학교를 내 집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잘 돌보겠다”면서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광양여중 선생님ㆍ학생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어 더욱더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