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반려동물’ 정책, 시민들과 함께 만든다 [생생인터뷰 ②]
광양시 ‘반려동물’ 정책, 시민들과 함께 만든다 [생생인터뷰 ②]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5.03.31 08:30
  • 호수 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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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가 지난달부터 추진한 ‘생생인터뷰’가 2회차를 맞았다. 10가지의 주제 중 이제 막 한번을 진행했을 뿐이지만 기존과 다른 개방된 소통방식에 상당한 호평이 쏟아졌다. 딱딱한 회의식 소통이 아닌 일대 다수 인터뷰 방식을 채택해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동안 시정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시민들을 만난다는 점도 새롭다. 평범한 광양시민들을 섭외해 ‘사는 이야기’를 듣는다. 대상자를 찾는 일부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만큼 참신한 시각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참석자간 경험이 공유되고 공감되면서 보다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기도 했다. 단순한 설문조사나 의견수렴보다 시간은 더욱 소요되지만 시민 한 명 한 명의 의견이 정책까지 연결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감동시대 추진단이 두 번째로 시민들을 만난 현장에 <광양신문>이 동행해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자연은 좋은데 시설은 없다

참석자들은 의외로 광양시가 반려동물 키우기에 ‘괜찮다’는 답변을 내놨다. 접근 가능한 공원이 많은데다 강과 바다, 산 등 자연에 접해있어 반려견들을 데리고 근교 산책은 우수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도심 외곽에 있는 공원들은 이용률이 낮아 강아지와 맘껏 뛰어놀 수 있을때가 많다”며 “꼭 공원은 아니더라도 백운산, 섬진강 등 자연환경에 접한 산책코스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참석자들은 시설이나 인프라 등이 인근 지자체와 비교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는 거의 없는 데다 놀이터, 동물병원 등 인프라도 열악한 상황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키우던 반려견이 사망한 후 다시 키우고 있지 않다는 반려인 부부는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유독 광양이 반려동물에 대해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며 “유모차나 켄넬(반려견 이동용 가방) 등을 이용하더라도 출입하지 못하는 가게가 많다”고 토로했다.

공원 내 공간 마련 ‘급선무’

반려인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공간부족’을 꼽았다. 공원을 이용하더라도 비반려인과 마찰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데다 목줄을 풀어 놓을만한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중마동 내에 반려동물 놀이터가 있지만 위치가 적절치 않고 중·소형견 분리가 안되있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있다.

한 참석자는 “대부분 소형견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넓진 않더라도 펜스로 분리된 공간이 마련된다면 강아지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다”며 “접근성을 감안해 공원마다 한 켠에 마련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비가 오는 날이면 데리고 나갈 곳이 없어 장마철에는 강아지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가장자리만이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양시에서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했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직접 풀을 베거나 쓰레기를 치워왔다”며 “시가 반려동물 정책에 무심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관광 ‘가능성’

참석자들은 반려동물을 통해 광양시가 관광도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필요성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려인들은 관광이나 이동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강아지와 함께 숙박하거나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애견 밴드를 운영하고 있는 한 참석자는 “제주도를 방문할때면 강아지와 함께 가고 싶어서 항상 배편을 이용하는데 제주도의 경우 애견룸을 이용하면 배 삯을 일부 지원해주는 정책도 있다”며 “광양시도 조례를 제정하고 애견 관광을 활성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농가민박 등 개인 숙박 시설 뿐만 아니라 시가 운영하는 백운산 휴양림 등에 일부 호실을 애견 동반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다른 참석자는 “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동반 시설은 예약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지역 내에 민간 시설과 지자체 운영 시설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광양시를 찾는 관광객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려동물 키우기 전 ‘교육 필수’

이들은 반려견을 위한 시설도 좋지만 반려인들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수반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새롭게 반려견을 키우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반려 교육’을 실시하거나 등록제를 강화해 유기견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유기견 봉사를 9년째 하고 있다는 참석자는 “단순히 강아지가 귀엽고 예뻐서 키우기 시작하고선 경제적인 문제로 유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키우기 전부터 교육을 통해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반려인과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켐페인 등이 필요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강아지 배변 문제로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반려인들의 인식 개선도 분명 필요하다”며 “키우기 전 교육이 있다면 이런 에티켓 교육을 포함하고 반려인들이 모여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려동물을 총괄하는 부서가 마련되지 않아 정책 마련이나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점은 과제로 남았다.

인근 순천시, 여수시, 나주시 등은 반려동물과 관련한 팀이 운영되고 있으나 목포시, 광양시는 별도의 부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 관계자는 “함께 살아가는 광양시를 만들기 위한 소통의 첫걸음이라 생각하고 오늘 주신 의견들이 정책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빠르진 않더라도 양해해 달라”며 “많은 의견을 토대로 실효성있는 시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