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플랜트노동조합 전동경서지부와 광양제철산단 전문건설협의회의 임금·단체 협약이 협상기한 4개월을 넘겼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사측이 제시한 안건 중 제52조 3항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16일 플랜트노동조합 전동경서 지부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고 2024년 임단협 관련 진행 상황을 전해들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대원 의장을 포함한 시의원 전원과 플랜트노동조합 전동경서 지부장 및 간부 4명이 참석했다. 

플랜트노조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은 지난 4월 16일 첫 만남을 가졌다. 곧바로 30일 진행된 2차 교섭에서 통상적으로 제시안을 노측에서 제시하는 것과 달리 사측은 이례적으로 단체협약 제시(안)을 제출했다. 해당 제시안에는 양측이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들이 담겼고 이후 11차까지 교섭을 진행했으나 6월 13일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 

쟁의권을 확보한 노동조합은 이후 40여회의 부분파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 제시안 중 ‘52조 3항’이 걸림돌이 됐다. 

52조(평화조항) 3항은 현장에서 추가 공수 요구 및 작업중단 등 일체의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 경우 노동조합은 이를 즉각 중단시키고 정상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조합원의 선동으로 이루어진 경우 노동조합이 해당 조합원을 징계 조치하고 그 결과를 회사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 측은 해당 항목이 노동조합의 본질적인 의미를 훼손하는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조합이 조합원의 근무 해태 등을 빌미로 징계할 경우 조합 당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된다면 노동조합이 아닌 회사 사규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조합 측 관계자는 “이 같은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일단 협상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으나 사측은 52조 3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아예 교섭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이 조항을 수용하여야 노동조합 요구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측의 태도는 교섭해태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이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자행하거나 총파업을 진행하기 전까진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 굉장한 무력감을 느낀다”며 “지자체나 시의회 차원에서 교섭 자리를 마련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시정이나 권고를 내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양시는 오는 25일경 양측 실무위원회 위원들과 교섭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김성준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