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외주화, 안전사고 증가 우려
한국전력공사(KEPCO·한전)가 추진 중인 배전운영실 광역화·외주화 정책이 지역 전력 공급 안정성을 크게 위협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고장 복구 작업 외주화로 현장 대응이 지연되고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전 배전운영실은 정전이 발생하면 전력을 신속히 복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전은 최근 작업 안전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배전운영실 광역화 추진중이다.
기존 광양과 여수 사업소를 하나로 통합하고 광양지사는 주간에, 여수지사는 야간·공휴일에 주로 출동하는 체계다. 기존 광양지사 인력 가운데 절반이 여수로 옮겨가 광양 6명, 여수 20명이 근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본사는 이달 초 지역본부 전체에 공문을 보내 권역별 설명회와 의견수렴을 안내했다.
한전 본사 배전운영처 관계자는 “배전실 광역화는 주간과 야간의 업무량 차이를 분석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이다”며 “현재 계획 단계에 있으며 각 사업소의 동의와 협의를 거쳐 시행이 결정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광역화로 인해 기존의 지역 단위 배전 운영이 권역 단위로 통합되면서 응급 상황 발생 시 현장 대응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광양과 여수 각 지역에 신속히 출동할 수 있는 인력이 배치·운영되고 있지만 광역화가 도입되면 이동 거리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권역 최장 거리를 예측한 한전 내부 자료에 따르면 여수에서 광양까지는 67km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광양지역 내 최장 거리인 35km의 2배에 가깝다. 특히 사람이 몰리는 휴일에는 출동 지연이 더욱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광역화 정책으로 인해 지역 내 산업단지와 광양항, 농·수·축산업 종사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광양 지역에서 고압 전기를 사용하는 시설은 일반 건물을 포함해 400여 곳이며 전신주 변압기도 다수 설치돼 있어 정전이나 사고 발생 시 신속 대응이 중요하다.
서영배 광양시의회 의원은 “특히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에서는 빠른 복구가 필수적인데 광역화로 인해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고압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이나 농가에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와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광역화와 함께 진행되는 외주화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광역화 도입과 병행해 추진 중인 수행 업무 조정 내용을 살펴보면 저전압 정전 복구와 활선작업(고압 전기를 끊지 않고 수리·보수) 등을 위탁업체에 전부 맡긴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전 일선 배전운영실 직원은 이같은 변화가 도리어 업무 효율을 낮추고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외주업체 인력이 한전 직원보다 전문성이 부족해 위험한 작업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다.
전남권 배전운영실 직원은 “배전운영실 재해 발생 중 대부분이 외주로 위탁할 작업에서 발생한다”며 “위탁업체가 먼저 출동해도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한전 직원이 다시 출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복구가 늦어지고 필요 없는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광양지사가 포함된 호남·충청·제주권 설명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이날 배전운영실 운영체계 개선 추진 배경과 경과를 소개하고 △근무 형태 △수행 업무 등 구체적인 변경 내용을 안내할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