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 인프라 중심서 ‘자체생산’ 선회
정구호 의원 “공모 끼워 맞추는 느낌”
광양시가 수소도시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야심찬 출발을 알렸지만 유관기관들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사업 방향이 대폭 수정됐다. 시는 그동안 ‘배관망’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구성이 주된 내용이었지만 ‘수소 자체 생산’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광양시는 지난 21일 시청 상황실에서 ‘광양 수소도시 조성사업 마스터플랜 수립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사업 여건 변화에 따른 수소도시 조성사업의 사업모델 수정안을 발표했다.
보고회에 따르면 당초 원안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배관 19KM를 설치하고 이를 활용한 수소항만 등을 골자로 했다. 광양항에서 시내방면으로 매립된 수소배관을 따라 야드트럭·수소드론, 수소홍보센터 등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수소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데 이어 여수광양항만공사도 항만 기본계획과 사업 진행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면서 사업은 암초에 부딪혔다.
포스코 측은 현재 생산하는 부생수소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서 만들어지는 그레이 수소라 정부 방침 변화에 따라 그린수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포집 등 추가 설비가 필요해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양측 모두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보이자 사업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용역사는 자체적인 ‘수소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가스화기반 수소생산과 도시가스 계질형 수소생산 등 2가지 생산방식을 제시했다.
용역사가 제시한 우선 검토 방안은 폐플라스틱 가스생산 방식이다. 광양읍 생활폐기물처리장 내에 약 200억원을 들여 수소생산기지를 만들고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수소를 생산한다.
광양시가 해당 방식을 체택할 경우 2025년 상반기까지 △기술 △경제성 △환경성 △사업성 등이 포함된 기술·사업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게 된다. 실시설계나 인허가 등 추가적인 행정절차를 마치고나면 2028년께 가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다만 수소 자체 생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수소 활용이나 친환경에너지를 시작하는 배경 등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생산시설만 우선시되는 ‘주객전도’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구호 의원은 “수소사업을 시작하게 된 원인인 탄소 중립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 방향성”이라며 “공모사업에 선정돼서 끼워 맞추기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광양시에서도 용역사가 제안한 세부 사업이 현실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과에서는 부지확장성 문제 및 소각시설 예산 등 꼼꼼히 비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자원순환과에서는 수소청소차의 장축문제로 인해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수소도시 방향이 대폭 수정된 이후 처음으로 변경된 내용이 논의돼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며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수소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