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미술, 오감으로 창의력 길러요”…광양 다같이 마을학교
“퍼포먼스 미술, 오감으로 창의력 길러요”…광양 다같이 마을학교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7.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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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들의 정서 능력 발달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지며 각광을 받고 있는 미술 분야가 있다. 바로 ‘퍼포먼스 미술’이다. 

미술이면 미술이지 왜 퍼포먼스가 붙는지 의문을 가질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퍼포먼스’를 펼치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여 굴러서 그림을 완성하거나 뿌리고 묻히는 등 아이들이 생각하는대로 소재와 도구를 맘껏 사용해 완성하는 미술이다. 

틀에 박히지 않고 오감을 활용해 느끼는대로 표현해내면서 창의력은 물론 사회·정서적으로 크게 발달하는 효과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맘껏 뛰며 몸을 쓰면서 근육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있다. 

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포먼스 미술’이 번져나가고 있지만 광양같은 지방도시에서 흔하게 접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특별한 학교가 생겨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2년에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광양다같이마을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이은경 다같이마을학교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 마을학교를 만들었다. 당시 유아들이 성장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면서 사회 정서적이나 언어, 인지능력 등이 발달에 영향을 주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없는 고민을 거쳐 뇌에 가장 많은 발달을 미치는 손과 구강 등을 자극하는 오감 퍼포먼스 수업을 구상해냈다. 

이은경 대표는 “퍼포먼스 미술은 작품의 결과보다 ‘과정’ 자체에 큰 의미를 담고 있다”며 “활동가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최대한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아이들과 놀이하는 것처럼 즐거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같이마을학교, 특별한 수업

진상면 아이들, 찜질방 체험

대표적으로 특별했던 수업을 꼽자면 진상면 아이들에게 찜질방을 체험시켜준 수업이다. 수업 생활주제로 ‘우리 동네’를 선택해 수업을 계획하던 중 진상면 아이들이 한번도 목욕탕을 못가봤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바로 이 대표는 아이들에게 근사한 목욕탕 체험을 선사하고자 수업 주제를 결정했다.

호기롭게 목욕탕을 선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목욕탕에 사용되는 소품을 일일이 만드느라 며칠밤을 세웠다. 밤마다 활동가 선생님들과 함께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극도의 피곤함이 몰려올 때마다 좋아할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참아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냉탕과 온탕은 물론 찜질방도 처음 겪어보는 아이들은 신기함에 수업 시간 내내 활발한 반응을 보였다. 밤새 만든 소품으로 실컷 즐기고 난 후 목욕탕과 관련된 동화책 ‘장수탕 선녀님’까지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 김다온 어린이.
△ 김다온 어린이.

이은경 대표는 “동네에 있는 기관이나 시설 등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경찰서나 소방서는 어린이집에서도 자주 다루는 주제라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며 “소품 준비할 것이 너무 많다보니 두 번 다시는 못할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퍼포먼스 미술 수업에 참가한 김다온 어린이(8)는 “선생님들이 너무너무 재밌게 놀아준다”며 “한번도 못해본 신나는 놀이를 할 수 있어 수업 때마다 신난다”고 말했다. 

 

 

 

특별한 경험에 뜻깊은 배움까지

광양다같이마을학교의 수업에는 특별한 체험뿐 아니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담겼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다고 생각할테지만 자신도 모르게 몸소 익혀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진행한 옥수수 관련된 수업이 있다. 

이은경 대표는 아이들과 옥수수를 이용해 바다를 꾸미는 수업을 구상했다. 언뜻 엉뚱해 보일수 있지만 옥수수 알갱이를 빼어 만드는 점묘화, 전분을 가공한 플레이 콘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바다를 꾸미는 수업이다. 특히 팝콘을 염색해 꽃이나 식재 등도 표현이 가능하다.

△ 장진우 어린이.
△ 장진우 어린이.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본질은 ‘옥수수’라는 점을 알려주고 차별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게 수업의 목표다. 요즘같이 혼혈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에 딱 맞춘 교육 주제라고 볼 수 있다. 항상 수업 말미에는 관련된 동화책을 읽는 시간이 포함된다. 아이들이 책과 함께 체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소재로 수업을 하게되면서 시간이 지나도 수업 내용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효과도 있다. 봄꽃 수업을 함께 했던 장진우 어린이(8)은 “꽃잎을 날리면서 노는게 너무 재밌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 권민채 어린이.
△ 권민채 어린이.

 

 

또 올챙이부터 개구리까지 키우는 수업에 참가했던 권민채 어린이(6)는 “개구리가 말랑말랑해서 너무 귀여웠다”며 “개구리도 만지고 개구리 햄버거도 만들어서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