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랬구나
올여름은 어느 때보다도
너무 너무 뜨거웠잖아.
열대야 때문에 난리가 났었지.
그 이유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 아니라
우리 오빠 때문이었대.
니네 오빠가 왜?
-화끈하게 놀자!
-뜨겁게 사랑하자!
-젊음을 불태우자!
입에 달고 살았거든.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귀중한 자연의 선물
“선풍기만으로는 열대야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무슨 대책을 세워야겠다.”
식탁에 둘러앉으니 엄마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요.
“열대야도 며칠만 있으면 누그러들 거야. 그동안만 에어컨을 켜면 안 되겠니?”
아빠가 우리 눈치를 살피며 말씀하셨지만, 누나는 안 된다며 질색을 했어요.
“우리 모두 약속해 놓고 안 지키면 어떡해요.”
“선풍기 바람만으로는 너무 더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으니까 하는 소리지.”
기승을 부리는 열대야를 선풍기만으로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후덥지근하고 끈적거려 자꾸 뒤척거리다 잠을 설치곤 했어요.
며칠 밤을 그러고 나니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어요. 잠이 부족하니 낮 생활도 힘들고 쉽게 피곤해지곤 했어요.
몇십 년 만에 찾아온 열대야라고 했어요. 열대야는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무더운 밤이라고 해요.
모두 지구 온난화가 주범인데 지구 온난화는 결국 우리가 이산화탄소 같은 화석 연료를 많이 쓰고, 잘 살고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자연을 마구 훼손했기 때문에 생기게 되었다네요.
이대로 가면 지구 온난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면서 환경보호 운동이 절실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 집 식구들도 이런 운동에 참여하기 위하여 몇 가지를 지키자고 약속했지요.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삼퓨와 린스를 쓰지 않는다. 가까운 길은 걸어다닌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와 같은 내용이었어요.
“아, 좋은 수가 있다. 우리 밖에다 텐트 치고 자는 게 어때?”
“밖이라고 뭐 안 더운 줄 알아요? 그리고 텐트를 어디다 친다는 거예요?”
“어치계곡 김 사장네 정자 있잖아. 거긴 산골이라서 밤이면 시원하다잖아. 계곡물도 좋으니 시원하게 씻고 자면 잠도 잘 올 거야.”
“거리가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요.”
“차로 가면 기껏 20분 안 걸리는 거리야.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가서 잠만 자고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오자구.”
아빠 말씀에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그렇게라도 하자고 했어요. 아빠는 곧장 김 사장님께 통화해서 언제라도 좋으니 오라는 허락을 받으셨어요.
“와! 여긴 별들이 초롱초롱하네요! 모두 금세 쏟아질 것만 같아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 안 가득 들어오는 별들이 반갑게 맞이했어요. 손을 뻗치면 금세라도 손아귀에 쥐어질 듯 바로 머리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정자에 모기장을 치고 침구를 챙겨 잘 준비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 간편한 물놀이 옷을 입고 계곡물에 들어갔어요. 계곡물은 어찌나 시원한지 뼛속 깊이 박힌 더위까지 쏙 빼가는 것 같았어요. 깊은 물에 풍덩 뛰어들어 허우적거리면 1분조차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아이, 차가워! 아이, 차가워!”
엄살처럼 어덜덜 떨며 차가워라는 말만 연신 내뱉으며 어푸거리다 곧장 나오곤 했어요. 온몸에서 더위가 빠져나가면 정자로 올라왔어요.
“앗, 반딧불이다!”
가끔 반딧불이가 깜빡거리며 어둠 속을 헤엄치고 날아다녔어요. 풀잎에 앉아 있는 반딧불이를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어요. 푸르스름한 빛이 참 맑고 깨끗했어요.
정자에 누워 여름밤 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반짝반짝 주고받는 것 같았어요. 그 이야기들을 가만히 엿듣고 싶었는데 어느새 시원하고 달콤한 잠에 빠져버리곤 했어요. 열대야 때문에 한여름밤을 남의 집 정자에서 지새워야 했지만, 그 밤은 너무 즐겁고 마음 풍성했어요.
그것은 자연이 우리 식구들에게 준 참으로 귀중한 선물이었어요.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