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난 1년간 잘 지켜와”
다양한 지역 구매계약 시기 도래
“지역소상공인 상생, 우선 고려”
오는 6월 1일은 포스코 정비자회사가 정식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포스코 정비자회사 설립 추진 계획은 지난해 상반기 광양지역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우여곡절 끝에 기대반 우려반 속에 정식 출범했다. 당시 포스코는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에 대한 필요성과 더불어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기존 협력사 직원 우선 채용 △엔투비 전환 미고려 △지역 소상공업체 기존 거래 유지 등 여러 가지 지역 협력을 약속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포스코 정비자회사 등에 납품하는 다양한 구매계약 시기가 또다시 도래했다. 이에 광양신문은 포스코 정비자회사 출범 1년을 맞아 지난해 출범 과정과 성과, 협력 약속 이행 여부 등에 대한 현재 상황을 짚어 봤다. <편집자주>
포스코, 정비자회사 설립 계획 발표
지난해 3월 포스코가 최근 철강 경쟁력의 토대인 설비 강건화를 위해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비 자회사 설립 배경은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냉천 범람으로 포항제철소가 큰 피해를 입었고 수해 복구 과정에서 전문화된 정비 기술력과 체계적인 정비 체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기존 200명 미만 소규모 협력사 정비 체제를 개선해 대형화된 정비전문 자회사를 설립,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정비활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정비자회사들이 제철소 대형설비에 대한 정비 기술력을 높여 설비 수명연장, 성능개선 등 종합 정비서비스 제공이 가능토록 할 계획과 함께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갖춰 보다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시의회·노동계 등 강력 반발
그러나 이 같은 포스코의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에 대해 포스코노조가 ‘꼼수’라며 즉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정비자회사 설립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 및 기자회견에 나섰다.
또한 광양시도 지역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식적인 우려를 표했다.
광양시는 “광양제철소 협력사들의 합병이 현실화되면 회사규모가 대형화될 것이 확실시 된다”며 “결국 각종 자재와 공구, 용역 납품을 도맡아왔던 지역 중소납품업체를 제치고 포스코 계열사인 ‘엔투비’를 통한 납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관련 업계로부터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납품업체들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현재의 납품환경이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존속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며 “더불어 협력업체의 합병과정에서 실직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고용을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광양시의회도 반대 성명을 내고 허울 좋은 명분이라고 비판하며 자회사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특히 광양시의회는 지역상생과 정비자회사 원점 재검토 등 두 번의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포스코의 응답이 없자 광양시의회 최초로 광양제철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서영배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은 1인 피켓 릴레이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자회사 체제로 바뀌면 일반 자재, 공사 설비 등 구매가 엔투비 사용 의무화로 전환되면 다수 업체와 경쟁에서 지역 영세업체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구매부서를 신설하고 수의계약 기준금액을 상향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포스코, 지역과 동행 약속
이 같은 광양시와 광양시의회, 노동계 등 지역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결국 대화의 장에 나온 포스코는 지역구매와 관련해 지역구매는 현행을 유지하고 엔투비 전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 소상공인과 협력사간 거래 내용을 파악해 종전 그대로 납품받는 등 어떠한 불이익과 손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광양시의회가 해당 발언에 대한 ‘문서화’를 주장했지만 포스코 측은 “선례가 없다”, “공적인 자리의 발언이니 믿어달라”, “문서화까지 필요한 사안인지 모르겠다” 등의 이유로 거절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비 자회사 출범…그리고 1년
이후 포스코는 지난해 6월 1일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 각 3개사씩 6개의 정비 자회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광양제철소는 세부 전문 업종에 따라 △선강공정 정비 담당 ‘포스코GYS테크’ △압연공정 정비 담당 ‘포스코GYR테크’ △전기·계장(計裝) 정비 담당 ‘포스코GY솔루션’이 설립됐다.
다만 광양지역 정비자회사들은 설립 이후 △정비자회사 전환시 인건비 증가 △정비자회사 출범에 따른 협력사 자산평가 비용 증가 △신규법인 출범에 따른 기반구축 및 작업환경개선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는 등 힘든 1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의 성과…성장·발전 기틀 마련
정비자회사의 지난 1년은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한 시간이었다는 입장으로 안전, 인적 경쟁력, 사업 확대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안전 전담조직 신설 및 계층별 직무교육 등을 실시해 안전관리를 강화했고, 우수 교육자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제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자격증 교육과 축하금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대학(순천 제일대, 여수 한영대, 폴리텍) 등과 MOU를 체결해 지역의 맞춤형 인재 양성에도 기여했다.
특히 현장 근무환경(작업진행실, 샤워실) 개선 등 직원들의 복지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비자회사 관계자는 “더 이상 제철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2차 전지 사업의 정비작업·투자공사 지원 등 신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등 사업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뒀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포스코그룹의 미래 비전을 견인하는 글로벌 정비 기술 전문 회사로 성장해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지난 1년간 약속 지켜
포스코 측은 지난해 정비자회사 출범 당시 지역사회와 약속한 사항들을 현재까지 잘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정비자회사에는 엔투비를 통하지 않고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도록 요청해 오고 있으며, 정비자회사는 이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비자회사 출범 이후 새롭게 마련된 구매제도와 구매시스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역 공급사를 대상으로 수차례 사전 안내를 실시했다”며 “지난해 6월 지역사회에 설명한 대로 지역 소상공인과의 구매계약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계약이 종료된 건에 대해서도 우선적으로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소상공인들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