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았던 우직한 신념의 승리
위기 때마다 던진 ‘정면 돌파’ 승부수
권향엽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여당 3선의 중진 정치인으로 4선 도전에 나선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를 크게 앞서며 당선됐다.
당초 이번 제22대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현역 프리미엄을 장착한 서동용 의원의 재선 여부와 더불어 서 의원과 거물급 여당 후보인 이정현 후보의 대결 결과에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권향엽 당선인은 이에 굴하지 않고 우직한 신념과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적 비전을 무기로 목표를 향해 끝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국회 입성이라는 결승선에 도달해 냈다.
권향엽 당선인의 이번 당선은 우여곡절 끝 당선이다. 그러나 압도적인 승리라는 점에서 그 열매는 달았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서동용 후보와 경선에서 낙마
2020년 1월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 직을 사임하고 낙향한 권향엽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권 당선인은 광양신문사를 방문해 2020년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본격적인 선거 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지역 민심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결국 제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지역 후보는 경선을 통해 서동용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특히 당시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구가 현재의 순천광양곡성구례을로 획정되면서 수많은 반발이 있었고, 권 당선인 역시 “지역 경선이 새로 편입된 순천시 해룡면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결국 기각됐고 고배를 마셨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재도전
지난 선거 낙마 경험, 큰 교훈
그렇게 3년여가 흐른 2023년 4월경부터 홀로 지역 바닥 민심 탐방 행보에 나선 권향엽 당선인의 행보가 포착됐다. 권 당선인은 광양으로 내려와 코로나 엔데믹 이후 3년여만에 열리는 각종 행사를 방문해 얼굴 알리기에 공을 들이면서 지역민들과 접촉점을 늘려갔다.
당시 권 당선인은 광양신문과 인터뷰에서 “4~6월 행사들이 내년 총선까지는 없을 행사다 보니 지역민과의 대면 인사를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며 “지난 선거 낙선 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지 못했던 만큼 야단도 맞고 격려도 많이 받고 있다. 지난 선거보다 여건은 더 어렵지만, 사람을 귀하게 여기면서 끝까지 가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거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자 권 당선인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졌다.
권 당선인은 지난 21대 총선에서의 경선 준비 부족을 교훈 삼아 추석 명절 내내 순천, 광양, 곡성, 구례지역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갔다.
권 당선인은 당시“이제는 많이들 알아보셔서 감사하다. 더 겸손하고 더 섬세하게 민심을 살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제 많이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박한 감사 인사를 전했던 권 당선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끓어오르는 열정을 아직은 드러내지 않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지역 곳곳에 내걸렸던 ‘추석 인사 현수막’을 손수 자진 철거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남다름을 나타내기도 했다.
2023년 12월 7일, 정치를 바꾸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며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들어선 권 당선인은 서동용 의원과의 경선 리턴 매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갔다.
전략공천 후폭풍, 철회·경선 요청
거함 서동용·이정현 누르고 당선
지난 3월은 권 당선인에게 있어 이번 선거에서 맞닥뜨린 최대 위기였고, 혼란의 시간이었지만 특유의 우직함으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며 민심의 신뢰도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역 정치권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선이 예상치 못했던 여성 전략공천으로 흐르자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권향엽 단수공천’에 현역 국회의원인 서동용 의원은 중앙당 공천위 결정에 불복하며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고, 중앙당 시스템 공천에 대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당 지도부의 재심을 공식 요청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 당선인의 ‘사천 논란’이 불거지며 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선거구는 전국적인 이슈 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권 당선인은 ‘사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전략공천 철회 및 경선을 중앙당에 공식 요구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권 당선인은 “모든 의혹, 가짜뉴스를 종식하기 위해 경선으로 당당히 지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앙당은 권 당선인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3월 15일과 16일에 서동용 국회의원과 100% 국민경선을 치렀으며, 권 당선인은 서동용 의원과의 경선 리턴 매치를 승리로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권 당선인의 전략공천 철회 및 경선 요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펼쳐진 경선 과정 최고의 백미로 꼽혔다.
3월 21일 후보등록을 마친 권 당선인에게는 경선 통과라는 산을 하나 넘자 본선거라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당 3선의 중진 정치인으로 4선 도전에 나선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발 일하게 해 달라. 이정현이 오면 예산도 온다”는 구호를 외치며 선거에 나선 이정현 후보였기에 전통적 민주당 텃밭이었던 광양지역도 출렁이는 분위기가 여기저기 감지되며 권 당선인 캠프는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선거 결과 권 당선인은 70.09%의 득표율로 23.66%의 득표율을 나타낸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를 약 3배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하며, 전남에서 46년만에 배출된 여성 국회의원, 광양에서 최초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