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노조 vs 건설인협의회…‘휴게시간’놓고 갈등 깊어져
플랜트노조 vs 건설인협의회…‘휴게시간’놓고 갈등 깊어져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9.25 08:30
  • 호수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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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입장, 첨예하게 대립
‘직장폐쇄’ vs ‘총력 투쟁’
건설협 “갈수록 피해 커져”
노조 ‘허위사실’ 법적 대응

민주노총 플랜트노동조합과 전문건설인협의회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건설인협의회가 호소문을 발표하자 플랜트 노조는 결의대회를 여는 등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일부 회사가 ‘직장폐쇄’까지 결정했다. 

플랜트노조와 건설인협의회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임금협상을 위해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왔다. 5개월동안 20차례의 만남동안 지지부진하게나마 진행 돼오던 협상은 ‘휴게시간’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급격하게 틀어졌다. 

현행 근로자들은 오전, 오후에 걸쳐 30분씩 휴게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건설인협의회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제동을 건 것이다. 노조측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건설인협의회 “공사 수주해도 손해 걱정”

 

건설인협의회는 지난 18일 광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분없는 파업으로 직장폐쇄를 부추기고 있다”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일일 8시간 근로라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도 회사가 승인하지 않은 휴식시간을 현장에서 다수의 힘으로 오전, 오후 각각 1시간씩(이동시간 포함)휴식을 취하고 있어 하루 4~5시간 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매년 원가절감 등으로 공사비 및 수주율이 하락해 현재 하도급사의 낙찰률이 설계단가의 47%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협약의 휴게시간을 준수하고 작업 중 생리현상 등 개인 활동시간은 자율적으로 이용할수 있도록 하면서 최대 1만 1000원까지 인상안을 제시했다”며 “노조는 일급 2만원 인상을 고수하면서 불법적인 휴식시간을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어 임금과 결부시키지 말라고 거절하고 명분 없는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가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어 노조의 장기적인 파업은 전문건설업체들을 직장폐쇄로 몰아 넣고자 원하는 행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명분 없는 파업을 멈추고 진정으로 조합원을 위한 협상, 노·사 상생을 위해 사측이 제안한 임금협상을 진행하자”고 직장폐쇄를 암시하기도 했다. 

 

노조측 “자기모순과 자가당착의 극치”

 

노조측은 다음날 “어처구니가 없는 협의회의 논리와 처사를 두고 볼 수 없다”며 곧바로 반박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포스코의 저가제한낙찰제를 과도한 경쟁으로 스스로를 폐기처분하면서 낙찰률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자기모순의 극치”라며 “낙찰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문제를 휴게시간으로 돌리는 것은 자가당착이자 본질을 회피하려는 술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노동조합의 제안마저도 거절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노동시간과 노동력으로 돌리고 노동조건을 저하시키면서 이윤을 획득하려는 전근대적 경영마인드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설인협회가 노동시간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조합원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협의회가 주장하는 오전·오후 시간은 단협 상 무급의 휴게시간이 아닌 사용자의 관리감독 하에 주어지는 작업대기 및 준비시간으로 명확한 유급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견 좁혀지지 않자 ‘직장폐쇄’

 

노조의 반박문이 발표된 날, 협의회 회원사 일부가 결국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20일 협의회에 따르면 직장폐쇄를 결정한 업체는 거명이앤씨(주), 대아이앤씨(주), 위드플랜트(주) 등 3개 업체다. 이들은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고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경영난을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직장폐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폐쇄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은 21일 예정됐던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최근 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임금과 휴게시간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결의대회를 열게됐다”고 밝혔다. 

한편 시 관계자는 “의견이나 입장차이가 아직 커서 중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단 양측의 대화창구가 닫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