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 치기여...!”
의식으로는 나보다 더 과격분자인 아들이 며칠 전 나한테 툭 던진 말이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부질없는 대상을 향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이어 나가는 엄마를 향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또 한 번 기림의 날을 준비하면서 나 역시 부질없는 질문을 던져본다.
“도대체 왜, 너희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냐?”
8월 14일은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이다.
일본은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제도적으로 위안소를 설치하여 점령지 및 식민지 여성들을 동원해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만드는 범죄를 저지른다.
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성들과 네덜란드, 일본 여성들이 일본군 성노예로 강제 동원되어 매일 성폭력과 구타, 고문 등의 만행에 시달렸고, 피해자 대다수는 취업 사기, 유괴, 납치 등의 방식으로 동원되었다. 일본군은 전쟁터에 위안소를 조직적으로 설치, 운영했고 여성들의 동원 및 이송에도 허가증을 발급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등 직접적으로 관여한 문서가 발견됐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을 가까스로 피했던 이화여대 윤정옥 교수는 끌려간 여성들이 해방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보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파헤치기 시작했고 1988년,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 주최한 국제세미나 여성과 관광문화에서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다.
이를 계기로 여성인권운동가들이 관심을 갖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90년, 37개 여성, 종교, 평화단체가 모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대협>을 발족했다. (현:정의기억연대)
일본 정부가 일본군 성노예제 사실에 대해 부인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셨던 김학순 할머니는 50년 동안 침묵 속에 파묻혔던 역사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하셨다. 일본의 망언에 대응할 자료 수집 및 진상 조사를 진행하던 ‘정대협’은 원폭 피해자 이맹희 할머니의 소개로 김학순 할머니를 만났으나, 당시 활동가들이 할머니의 경험에 충격을 받고 기자회견을 주저하자 할머니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개 증언을 하여 역사를 알리겠다는 결심을 보이셨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로서 첫 공개 증언을 했다.
김학순과 또 다른 김학순들...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은 전 세계 수 많은 피해생존자들을 일깨웠고, 그들은 연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평화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는 유사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전 세계 곳곳의 전시성폭력 생존자들과 손잡고 인권, 평화운동가로 거듭나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열린 아시아연대회의에서는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를 기리고 전시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를 기억하고자 8월14일을 세계 일본군위안부기림일로 지정했다.
2011년 12월 14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 회복을 위해 정대협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한 이후, 100여 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었고 광양에서는 유치원생들의 고사리손에서부터 모든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2018년 3월 1일 광양역사문화관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97번째 건립이었다.
그리고 뜻있는 청소년들은 수시로 광양 평화의 소녀상 주변 청소를 하거나 정화 활동을 하고 소모임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공부 요청을 하기도 하고 수요시위에 맞춰 버스킹을 하는 등 기특한 관심을 지속해 오고 있다.
금년에도 8월 15일, 광양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조촐한 기림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유치원생 꼬마들의 재롱부터 다양한 시민들의 재능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 여러분! 피해 할머니들의 외침에 함께 해 주십시오. “우리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닙니다. 진심 어린 사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