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사에 근무하는 김평수 씨와 박재원 씨는 20년 차 입사 동기이자 퇴직을 5년 정도 앞두고 있다. 김평수는 고향이 광양이고 박재원 씨는 고향이 포항인데 광양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퇴직 후에도 계속 살 계획이다.
두 친구는 취미도 비슷해 직장 안팎으로 잘 어울렸다. 박재원은 김평수가 10년 전에 세컨하우스로 구입한 시골 농가주택에 자주 놀러 가곤 했고 늘 부러워했다. 그래서 김평수에게 도움을 받아 3년 전에 시골에 조그마한 농가주택을 마련하게 됐다.
그 당시 박재원의 아내가 집이 두 채가 되면 세금이 엄청 많다고 걱정했지만,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국세청에 확인해보니 시골 농가주택은 1억원 이하면 취득세, 양도세도 중과세되지 않는다고 하여 구입하게 된 것이다.
결국 김평수와 박재원은 아파트 1채와 시골 농가주택 1채씩을 각각 소유하게 되었다. 좀 다른 게 있다면 소유한 아파트 시세인데, 김평수는 5년 전에 2억원에 구입한 광양아파트가 현재 시세가 4억원 정도 되고, 박재원은 포항에 4억원에 구입한 아파트가 8억원 정도 한다는 것이다. 즉 시세는 구매 당시보다 2배는 올랐다.
그런데 박재원은 포항에 있는 아파트는 전세를 내주고, 정작 본인은 광양에 전세로 살고 있다.
최근 퇴직을 앞두고 두 친구는 퇴직 후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자의 아파트를 팔고 수익형 상가를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두 친구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시골 농가주택은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를 팔면 1가구1주택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아파트는 세금 고민 없이 매매하게 되었다. 이 자금으로 최근 4억원에 분양하는 상가가 있어 김평수는 상가 1개, 박재원은 2개를 계약하고 계약금을 치렀다.
엇갈린 운명의 세금폭탄
아파트를 팔고 상가계약금을 치르고 몇 달 지나서 김평수는 세무서로부터 양도세를 신고하지 않았으며 가산세를 포함한 양도세 5000만원을 내라는 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김평수는 너무 황당하고 혹여 세무서에서 착오로 잘못 세금이 부과된 것으로 생각하고 세무서를 찾아갔다. 왜냐면 박재원도 나와 똑같은 상황인데 왜 나만 세금이 부과된 것인지.
하지만 세무서 담당자로부터 세법에 근거한 과세가 정당하다는 답변을 들었고 관련 규정까지 받게 되었다.(세법규정:조세특례제한법 제99조의4 【농어촌주택 등 취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특례】)
전문가의 답변과 조언
일반인들은 농가주택, 농촌주택, 시골주택 여러 가지로 부르지만, 세법에서는 ‘농어촌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법에서 어떤 농어촌주택에 대해서 세금혜택을 줄까?
원래 세법은 집이 2채인 사람이 집을 팔 때는 양도세를 과세하는데, 농어촌주택은 주택 수에서 빼줘서 세금을 안 내게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김평수도 이런 내용을 익히 알고 아파트를 처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법에 따른 농어촌주택은 일반상식과 달랐다. 도시에 집 있는 사람이 시골집을 사서 집이 2채가 되고, 이를 중과세한다면 누가 시골주택을 사겠는가? 그래서 도시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시골주택을 구입해도 2주택으로 보지 않도록 하여 도시민들이 시골주택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즉 농어촌주택에 대한 비과세를 받기 위해서는 주택 구입 순서가 세법에 맞아야 된다.
김평수와 박재원은 아파트와 시골주택을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시골주택의 구입시기가 다른 것이다. 김평수는 시골주택을 10년 전에 구입했고 이후 5년 지나서 광양아파트를 구입했고, 박재원은 포항아파트를 먼저 구입하고 그 후에 시골주택을 취득한 것이다. 즉 박재원은 세법규정에 맞게끔 아파트를 보유한 후 농가주택을 구입한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세법상 농어촌주택 관련 비과세를 받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 도시 집이 있는 사람이 추가로 농어촌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 한해서 적용된다는 것이다.
김평수처럼 시골주택이 있는 사람이 그 후에 아파트를 샀고 그 아파트를 판 경우라면 비과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이런 세밀한 내용을 어떻게 알겠는가? 김평수는 너무 억울해서 혹시나 하고 세무사를 찾아갔지만, 세무서 부과가 맞다는 답변만 들었다.
또 세무사로부터 “아~모르셨군요? 미리 세무상담을 받으시지 그러셨어요?”…. 그 말에 김평수는 더 복장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