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광양시의회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초선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며 기대감과 우려가 가장 많이 교차한 의회였다.
출범 직후 초선의원들은 의회 안팎에서 상당한 호평이 이어졌다. 패기와 열정으로 뭉쳐 틀에 얽매지 않은 신선한 모습들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서툴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처음엔 누구나 서툴다’는 목소리에 우려보단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렇게 출범 1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툰 모습이다. 1년이면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인턴은 진즉 지나가고 정직원이 됐을 시간이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19일과 20일 양일에 걸쳐 4명의 의원이 시정 질문을 진행했다.
이날은 유독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다” 등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말들이 많았다. 정확한 자료에 기반한 ‘송곳’ 같은 예리한 질문은 눈에 띄지 않았다. 진보당 소속으로 4선에 당선된 노련한 경력직 의원만 빛날 뿐이었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수 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민원성’, ‘인기성’ 질문이 이어졌을 뿐 아니라 시민 몇 명의 목소리를 전체 의견처럼 여긴 ‘일반화의 오류’가 담긴 질의도 있었다. 이는 정인화 시장이 답변하는 어투나 어조에서도 명확하게 느껴졌다.
정인화 시장은 백 의원이 관련 법령을 제시하며 “노사 분규에 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차분한 목소리로 “시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노사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동의하는 내용의 답변을 내놨다. 당장 노사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차후 시가 방관할 경우 시의 적극 개입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로 남았다.
반면 김정임 의원이 “커뮤니티 수영장 폐쇄 결정된 후 타 용도 사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행정의 권위와 위상을 손상한다는 이유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권위와 위상은 절대 아니고 이용자의 감소와 함께 운영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점이 주된 폐쇄 이유”라며 “명백한 폐쇄 이유가 있어 결정한 것인데 재차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고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커뮤니티 수영장을 계속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들 여론조사 결과나 대략적인 리모델링 비용, 성황수영장 생존수영 교육 현황, 타지자체 사례 등을 제시해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었다.
주차장 생태블럭 질의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 의원은 생태블럭에 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데다 시민들이 발이 삐거나 여성의 경우 구두굽이 끼인다는 이유로 아스콘 포장으로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 관계자에 따르면 생태블럭은 환경부나 영산강환경청에서 열섬 효과를 개선하고 미세분진 흡착, 우수투수 및 저장, 동·식물 서식처 등 도심 환경 개선을 이유로 권고하고 있다. 전면 아스콘 포장으로 교체할 경우 중간중간 별도의 공간을 조성해 나무를 식재하거나 주차장 공간을 대폭 수정하는 등의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외에도 “종합적 계획을 세워달라”, “신경 써 달라”는 등의 질문도 숱하게 이뤄졌다. 시행 중인 정책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도 아닌 막연하게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달라는 요청에 담당 공직자는 무슨 답변을 내놔야 할까? 필요 없으니 계획이 필요 없다 할 것인가? 답은 ‘검토하겠습니다’ 하나뿐일 것이다.
시정 질문은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린다. 직접적으로 시장을 맞상대하는 자리인 만큼 의원 개인의 정책과 능력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1년이나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정 질문인지 민원 해결인지 헷갈리는 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