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묘항현령(猫項懸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고전칼럼] 묘항현령(猫項懸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 광양뉴스
  • 승인 2023.07.14 17:24
  • 호수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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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집안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가운데 개 다음으로 인기 있는 동물이 고양이로 세계적으로 2억 마리 이상을 키운다고 한다. 고양이는 귀엽고 영리하게 생긴 동물이어서 사람들과 친숙하다.

고양이와 사람이 예로부터 친숙하게 된 것은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아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게 병균도 옮기고 작지만 사람과 친숙하지 못한 쥐를 잡아 주므로 사람이 먹을 것으로 보답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쥐를 잡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이유는 귀엽게 생긴 모양 때문이다.

무서운 사람 앞에서 설설 기면서 꼼짝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고양이 앞에 쥐’ 같다는 속담을 많이 쓰기도 한다. 쥐는 마음만 먹으면 사람의 눈을 피해 먹이를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고양이에게는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오그라드는 것이 바로 고양이 앞에 쥐다.

그런 쥐들이 하루는 어느 집 창고에 모여서“우리가 인간에게는 피해를 줄망정 고양이에게는 피해를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만 보면 잡아 죽이니 우리도 대책을 강구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면서 대책 회의를 하기에 이른다. 창고를 뚫고 쌀광 속에 들어가 살면 기름진 음식을 먹고 편안하게 살 텐데 고양에 때문에 두려워 근심 걱정이 그칠 날이 없다.

“이래서야 우리 쥐가 어떻게 맘 편히 살 수 있겠는가!” 어떤 쥐가 울분을 토로하며 힘주어 말했다. 다른 쥐가 나서며 “좋은 수가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모든 쥐들이 기대 섞인 눈으로 큰소리치는 쥐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고양이가 가까이 오면 우리는 그 방울소리를 듣고 얼른 도망가 숨으면 됩니다.”라고 했다. 참석한 모든 쥐들이 좋은 방안 이라고 박수를 치며 환호 했다.

이렇게 고무(鼓舞)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연로(年老)한 어른 쥐가 나서며 “말인즉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위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줄 수 있겠습니까?” 환호를 하던 모든 쥐들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이 고사(古事)의 출전은 중국에서 건너온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나라 조선 숙종시대의 학자였던 홍만종(洪萬宗)이 저술한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이야기다.

‘묘항현령(猫項懸鈴)’은 우리에게 두 가지 교훈을 말한다. 실행하기 어려운 일은 애당초 계획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설화(說話)는 쥐와 고양이가 의인화(擬人化)된 동물담 인데 의견을 낸 사람도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이 달아주기를 바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자기도 고양이가 무섭기는 마찬가진데 이런 의견을 낸다는 것은 혹시 누가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까 하고 의견을 내본 것이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고 공자는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 것인가를 면밀히 검토해서 의견을 내 놓아야 하는데 그냥 던지고 본 무책임한 의견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실행하기 어려우면 탁상공론(卓上空論)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사에서나 어떤 단체에서나 모여 현안에 대해 대책을 강구할 때 여러 가지 안건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갑론을박(甲論乙駁)을 펼치며 묘안을 제시한다. 안건을 낸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실행방안을 말하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대안이 없어 뒤끝을 흐리며 한발 물러서는 경우다.

또 하나는 일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에서 잘못되었거나 특정인이 혜택을 누리는 일이 발생한다. 거기에다 비리까지 보였을 때 잘못된 것을 알면 바르게 고쳐질 수 있는데도 따돌림과 보복이 두려워 총대를 맬만한 사람이 선뜻 나오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조직이 되었든 비리 사실을 사회에 고발하고 양심선언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면 죽음을 각오하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달려든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용기에도 불구하고 양심선언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조직에서 버림받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묘항현령’은 더욱 어렵게 느껴지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나섰다가 고양이에게 희생만 되고 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상이 되어 버리고 만다.

진정한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방울을 달려고 하는 쥐들에게는 충분한 대가를 치름으로 방울을 달려는 쥐들이 많아지고 비리는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