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신분계층이다.
역사 이래 인간사회가 공동체를 이루고 권력이 발생하면서부터 신분은 발생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시대를 넘어 화폐 유무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현실이다. 우리 근대사 중 60년대만 보아도 가난은 숙명적인 멍에였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모세대들은 자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제 다시 신분 계층이 고착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최근 조사에 의하면 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나 중산층 이상으로 신분 상승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월 27일 발표한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이었던 사람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계층 이동을 한 비중(빈곤탈출률)은 22.6%에 불과했다.
저소득층 4.5명 중 1명꼴로 ‘신분 이동’을 한 것으로 8년 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고소득층 4명 중 3명은 여전히 고소득층에 남았다. 특히 고소득층이었다가 저소득층이 된 사람은 0.4%에 그쳐 역대 조사 중 가장 낮았다.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자인 사람은 계속 부자로 남고 있다는 뜻이다.
부(富)를 기반으로 한 신분이 계층을 넘어서서 이제는 계급이 되고 있다. 부의 양극화와 소득불평등 문제가 세계적인 고민거리로 등장한 지는 오래됐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정도도 주요 선진국 못지않게 심각하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중하위층 40%는 전체 소득의 불과 2%를 점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그 사례로 부유한 집안 자제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법학전문대학원을 만든 것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바다. 작년 3월 이후 적자행진을 하고 있는 무역수지와 환율 불안이 겹치면서 경제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제대로 된 선진국이 아니다. 경제 총규모가 13대 강국이라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27위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17년 3만 달러대에 진입했지만 진입한지 5년이 지나도 3만3천 달러 대이다.
이미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앞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부의 쏠림 현상을 막고 성장의 과실을 공평하게 나누는 일은 한국경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조세제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고소득자가 세금을 많이 내고는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요즘 가치로 말하자면 상생을 위한 자세이다.
세습형 부자가 넘쳐나는데도 기업을 공개했다고 가만히 앉아서 수 조원, 수천 억원을 챙기는 재벌 자녀들이 속속 생겨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도 더 많이 창출하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를 줄이는 대책도 꾸준히 나와야 한다.
더불어 정부를 포함 공공부문의 규모를 과감히 축소하는 것과 공공부문을 과감히 개혁 혁신하고 공직자들의 무사안일 정신도 혁신되어야 한다.
앞으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