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이어 광양항이 다시 멈춰섰다. 화물연대는 최근 다시 물류를 멈춰 세웠고 관련 기관과 유관업체, 화주들은 낭패불감(狼狽不堪) 즉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광양항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컨테이너 물동량을 늘리려는 노력도 빛을 보지 못하고, 우리의 기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치달았다.
올해 10월까지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9% 감소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물류가 멈춰선 점을 반영하면 올해 200만TEU 처리도 불가능할 지 모른다. 지난해 212만TEU 처리량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걸 생각하면,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의 활성화는 아득하기만 하다.
이번 파업은 세계적인 물가상승, 경기불황,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불안정한 대외환경과 겹치며 광양항의 발전을 한참이나 뒷걸음질하게 했다. 관련 기관들은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산술적인 수치만 놓고 본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파업 전 하루평균 4500여 TEU의 반출입량과 비교하면 파업 기간 중 반출입량은 사실상 '0' 수준이었다.
책임기관은 파업 기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고, 터미널운영사 또한 비상시국에서 본선 작업 우선을 핑계로 잠깐이나마 숨을 쉴 수 있는 화주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광양항 컨테이너터미널의 상하차 지연은 오래전부터 고질적인 경쟁력 악화의 요인중 하나였으니 파업 기간에는 오죽하였겠는가?
또 부산항에는 정부가 군컨테이너차량을 투입해 일부 반출입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화물연대조합원 비율이 높은 광양항에서는 반출입이 전면 중단되었고, 파업 기간도 상대적으로 더 길었다. 16일간의 파업으로 총 4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지난 6월 파업으로 발생한 2조원대의 손실까지 합치면 총 6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화물연대 2차파업은 ‘예고된 파국’이었다. 지난 6월 1차파업에서 갈등을 해소하지 않은 채 덮어버렸고, 그리고 5개월의 시간이 있었지만 노와 정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대화도 하지 않은 채 파국으로 치달았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와 물류 관련 업체들이 떠안게 되었다.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40% 이상을 처리하는 배후단지 입주기업체들, 장비업체, 인력공급업체, 라싱과 검수 등의 많은 항만 관련 유관업체들 뿐만 아니라, 도선업, 예인선업, 선사, 화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는데, 정작 책임기관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고, 비상사태를 전방위적으로 헤쳐나갈 구심점도 없었다.
누구를 탓해야 할 것인가?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겠다는 심정으로, 지금껏 수차례 반복되고 있는 이러한 파국을 예방하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 (가칭) ‘광양항 활성화 협의체’를 제안해 본다.
전라남도, 광양시, 도·시의회, 여수광양항만공사,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전남테크노파크, 한국해운협회(선주협회), 항만물류협회, (화주)무역협회, 터미널운영사협의회, 배후단지입주기업협의회, 여수광양해양협회, 여수광양항발전협의회, 예선업협동조합, 도선사협회 등등이 참여하는 ‘하나된 구심점’의 구성을 제안한다.
이는 장기적인 광양항 활성화를 위한 ‘상시적 단일 협의체’로서 비상사태의 총괄책임기관이 될 수 있고, 광양항 마케팅 및 선화주 유치의 선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발전방안을 취합하고 현실에 반영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될 수도 있으며 선박과 항만, 그리고 물류 관련 여러 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소통의 플랫폼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의 항만은 우리 손으로 만들고,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고, 우리의 노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의 결정체’, 그런 구심점이 절실히 필요함을 통감하며 관련 기관은 즉시 협의체 구성 논의에 착수하기를 강력히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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