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광양여중 교장
시대가 참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필자가 학교에 다니던 60년대, 한 가정에 자녀들이 많아 시골에서는 모두가 대학에 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보통 부자집이 아니면 딸이 대학에 가는 것은 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딸은 공장에 보내도 아들 하나만큼은 대학에 보내면 식구 모두가 잘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대였다. 이것이 그 당시에는 가정의 확실한 성공전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글로벌 시대다. 모든 것이 눈코 뜰 새 없이 변하는 초광속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인간의 마음, 그리고 인간의 학습속도가 초광속시대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 이에 걸맞는 변화를 하여야 적응이 가능하다.
필자는 70년대 초부터 교단에서 아이들을 접하면서 어떤 공부 자세를 갖추고 준비하는 학생들이 지금에 이르러 성공하는가를 50여년 동안 지켜보았다. 그 지도사례를 중심으로 아직도 학교현장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2020년대 초반, 지식정보화의 물결에 흠뻑 젖은 시대다. 자녀의 공부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에 하나가 매스컴이다. 최근 수학계의 노벨상을 받은 떠오르는 별 허준이 교수, 그리고 음악계의 밴 클라이번콩쿠르에서 우승한 최연소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쾌거가 전해졌을 때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키우는 엄마들의 관심은 도대체 부모가 어떻게 자녀를 키웠기에 가능하였을까에 관심이 모아졌다.
자세한 것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지만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경계를 넘어선 통섭학습이며, 인문학적 소양을 넓힌 독서였다. 임윤찬은 인터뷰에서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울만큼 읽었으며,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준 괴테와 실러의 작품을 스승으로부터 추천받아 읽었다. 한편, 윤동주와 릴케, 하이네의 시도 스스로 찾아봤다.
그의 연주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힘은 뛰어난 연주기교를 넘어 이러한 내면의 힘이 축적되어 표현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허 교수는 어릴 적 글쓰기에 가장 열정이었고, 그중 제일 좋아하는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인문학적 배경은 그가 강조한 대로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를 접목해 수학 난제를 해결하는 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독서와 글쓰기는 사고력 배양에 가장 좋은 학습법이다.
둘째로 어느 분야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여 그 일을 정말로 미치도록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루 12시간씩 피아노를 치는 것은 그 일에 몰입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수학문제를 들여다보는 수학도의 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말 좋아한다는 것은 지치지 않고 남다른 노력을 쏟게 만드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셋째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다.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일정기간 이끌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임윤찬은 13세 때 스승이자 인생 멘토인 손민수 교수를 만났다. 허 교수는 서울대에 석좌교수로 온 일본의 세계적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만나면서 인생에 전기를 맞았다고 한다. 당시 일본인 교수의 수업을 많은 학생들이 신청하였지만 그의 수업을 듣고 정말 인생이 바뀐 것은 허 교수다. 허 교수만이 선생님 사용법을 잘 활용한 사례다. 경제도 어려운데 가정이 큰 경제부담을 줄이는 길은 선생님을 잘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좋은 지혜다.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일이나 미래 직업에 대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아!, 이것이다’는 감동이 올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은 결코 도중에 실패는 있을지라도 결승선에는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우리가 대하는 많은 아이들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깊이 스미도록 어른들이 돕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