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 진흥원 전문강사
60년대, 삼대독자 아버지와 다섯 남자 형제들 사이에서 성장했던 내 관점에서는 성평등이라는 주제가 참 어렵기 짝이 없는 주제일 수밖에 없었는데...
인권과 성평등 분야를 공부하면서 얻은 소득이라면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억압과 불평등을 정리된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것만큼 우리나라에서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좌절 또한 만만치 않음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랜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서 남성다움이라는 조작된 신화에 길들여지고, 콤플렉스를 갖고 사는 다수의 남성들은 강한 남성이라는 가면을 쓰거나, 변화하는 현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고개 숙인 남성이 될 수밖에 없고...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다움의 덫에 빠진 남성들은 경쟁, 성취, 업적에 따라 평가 받는 것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남성다움’이라는 집단적 이상과‘개인’의 실제적인 삶 사이의 괴리에서 강박관념을 갖고 살게 되고 그들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스스로 자신을 비하 시키거나 패배감을 느끼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비난받기도 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다수 남성들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싶다.
(그럼에도 그냥‘고독한 영웅’으로 남고 싶은 남성들이 있으려나?)
굳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좁은 시각으로 보더라도 앞으로 내 아들이 살아가야 할 사회는 다양하면서도 합리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에 나처럼 어중간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현실적이고 제대로 정리된 인식을 갖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랴,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일과 가정 사이에서 더 많이 힘든 쪽은 여성인 것을...
또한 죽자고 달음박질해도, 아니 어떤 경우 월등한 능력이 있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나야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을...
이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와 기득권을 가진 이들의 편견, 그리고 변화를 거부하는 남성들의 거친 몸부림이 가로 놓여 있는 현실 속에서 누구의 아내이기 이전에, 누구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갖고 사회의 한 부분을 당당하게 살아가기에는 아직까지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은 외침을 보태고자 한다.
이인 삼각경기에서 효율적인 경주를 하려면 두 사람 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듯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구성원들이 자기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능률과 생산성의 향상으로 결과가 나타날 것인데...
도와주거나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모두가 살 맛 나는 세상을 위해 적극적인 제도개선과 가족친화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기를 마음으로부터 재촉해 본다.그리고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남성과 여성)이 알았으면 좋겠다.
양성평등이란 남성과 여성의 대결적인 개념이 아니라 양성 모두가 Win, Win하는 협력적인 개념임을...
또한 양성평등은 어느 한쪽의 영역을 다른 한쪽이 빼앗거나 침범하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의 영역이 더 확장되고 풍성해지는 것임을...
그리고 양성평등은 가장 인간다운 사회를 실현하려는 과정이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기업, 시민사회, 국가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음을...
여러 사람이 함께 걸어가면 등 뒤에 길이 생긴다.
길은 묻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일진대... 그 길에 여러분의 발자국 하나 보태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