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五日場)들이 사라지고 있다. 올 4월 1일부터 5월 4일까지 전남 22개 시군의 오일장을 조사한 결과 면 소재지에서 열렸던 다수의 오일장이 없어졌다. 읍 단위의 오일장 중에도 점포 개장률이 50% 이하인 곳들이 다수가 있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문화의 형성과 공동체의 결속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는 전통시장을 보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인구 감소, 늘어나는 대형마트와 상품의 다양한 유통경로로 인해 다수의 5일장이 소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여러 지역의 5일장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5월 1일 광양 5일시장을 방문했다. 시장 매장의 가동률은 일요일인데도 약 85% 정도 되었으나 다른 지역에 비하면 높은 편이었다.
시장 중심부에 위치한 매장은 텅텅 빈 곳들이 많았고, 진열된 상품들은 대부분 대형마트 및 다른 지역의 5일시장에서 판매하는 것들과 겹치는 것들이어서 광양 5일시장만의 개성이 없었다. 그러나 ‘먹자거리’ 통로에 위치한 좌판상은 달랐다.
좌판상은 5일장을 순회하는 상인들과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사서 판매하는 분들, 지역민들이 혼재되어 있었다. 좌판상 사이를 오가며 직접 만든 가공품이나 나물류를 채취해서 시장에 갖고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광양분들을 조사해 보니 100여명 쯤 되었다.
이분들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 중에서 특이한 것은 방앗잎, 산초나무(제피나무) 순과 잎 등 광양 고유의 문화에 의존한 상품들로 광양의 개성을 살리고 있었다.
특히 ‘국거리’라는 나물은 이색적이었다. 다른 곳의 5일시장에서 나물류는 보통 신선한 것들이 판매된다. 일부 지역서는 고사리에 한정해서 데친 것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광양에서는 몇 가지 나물을 혼합해 데친 것을 뭉쳐서 ‘국거리’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국거리’는 소비자들이 구매 후 된장국 등을 끓일 때 곧바로 넣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반가공제품이다.
모둠 나물인 ‘국거리’에 주로 사용된 나물류는 광양에서 제보라고 불리는 야생 비비추, 한갈쿠로 불리는 엉겅퀴 그리고 고사리와 참취였다. 이중 비비추는 다른 곳의 5일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형마트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나물류이다.
국거리, 비비추, 방앗잎과 산초나무 잎 등은 광양 사람들에게는 특이하거나 생소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며, 이것을 구입하려고 자연스럽게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 또한 많기에 판매하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색 상품으로 광양 5일시장만의 특징이었다.
광양 5일시장의 매력은 여기에 있었다. 광양만의 전통문화에 의존한 상품이 있었고 이것을 구입하기 위해 나온 지역민들,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다른 곳의 5일시장 방문객은 50대 이하가 10%가 안 되는 것에 비해 광양 5일장에서는 30%가 넘었는데, 이것은 광양 전통 식문화가 자연스럽게 전승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개성으로 인해 광양 5일시장이 관광상품으로의 매력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광양시에서는 광양 5일시장의 ‘국거리’처럼 광양 전통문화의 발굴, 체계화 및 보급에 의해 개성을 살리고 그것을 정신적 및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광양시가 되는데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