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소통법 저자
소통을 잘해야 천하를 품는다 ③ 법과 원칙으로 소통하자
천하를 품으려는 사람은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경제력과 국방력이 있다고 해도 신뢰가 없으면 그 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인간적인 친밀감 차원의 신뢰뿐 아니라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일관성 차원의 신뢰를 포함하고 있다.
법과 원칙이 있어야 보다 안정되게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얻으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동양의 제왕학으로 불리는 한비자의 저자 한비는 군주의 근심은 사람을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법은 본래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불신이 생기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얻기 위해 태도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대로 행하고 법대로 심판하며 법대로 다스리는 나라를 정의로운 나라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한 나라가 정의로운 나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가지면 법대로 다스리려고 하기보다는 권력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것에서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를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법에 준하여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법은 모든 사람을 하나로 엮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서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천하를 올바르게 다스리기 위해서는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명문화된 법 이외에도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술책을 지녀야 한다.
또한 술책을 부려서 부도덕한 사람들이 법을 이용해 이득을 취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공자는 천하를 다스리는 가장 이상적인 통치는 인덕의 정치에 있다고 하지만, 십인십색의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인덕으로 다스린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덕을 병행하지 않고 법으로만 천하를 다스리는 것도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인덕으로 다스리는 세상은 왠지 포근하고 인간적으로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고, 법으로 다스리는 세상은 왠지 차갑고 냉철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법치가 문화로 존재해야 하고 법에 의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법대로의 사회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 법을 제정할 때는 많은 사람의 이해득실을 고려하는 공리성이 있어야 하고, 그 시대상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 시대를 이끄는 중추 세력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또 통일성이 있어야 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과 감성에 잘 맞아야 하며, 분명하고 명확해야 한다. 아울러 상은 두텁게 하고 벌은 엄중하게 시행해야 한다. 법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구속하고 사람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강제력을 지녔다.
법가의 시조라 불리는 한비는 천하를 다스리는 군주는 늘 사람들을 합리적으로 불신하라고 말한다. 아울러 법으로 정한 상벌의 권한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지 말고 군주가 직접 그 권한을 행사해야 권력에 누수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재차 말을 하지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법을 적용하는 대상이 특정한 사람에게 한정되지 않고 모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벌을 정할 때도 상은 누구든지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벌은 누구나 피할 수 있게 제정되어야 한다. 물론 법을 정하면 그 법에 따라 유무형의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법을 제정할 때는 각양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고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천하를 품는 것도 법에 있고 천하를 잃는 것도 법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