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수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예방 접종을 하게 되면 해당 질병은 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고 예방접종을 했음에도 왜 독감과 폐렴이 걸리는지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시 말해‘예방접종은 완벽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의학의 분야에서도 당연히 완벽한 일은 없다.
백신 접종이 아무리 효과적인 질병 예방법이라 해도 언제나 100%인 것은 아니다.
물론 천연두처럼 예방접종만으로 전세계에서 완전히 퇴치한 질병도 있고 디프테리아나, 백일해, 폴리오처럼 백신 접종 후 99% 이상의 감소율을 보이는 질병도 있다. 하지만 모든 백신이 이처럼 효과적이지는 않다.
특히 국가가 모든 영유아들에게 접종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백신들에 비해 성인에게 질병 예방을 위해 권장하는 백신들의 예방 효과는 보편적으로 낮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는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인플루엔자 의사질환을 30~56% 낮추고, 입원을 18~52%, 사망을 27~75% 낮추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 폐렴사슬알균 23가 다당질 백신의 경우도 침습성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50~8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상당히 부족한 효과라고 느낄 수도 있다.
이상적인 백신이라면 최소한의 접종 횟수로, 접종 후 방어 항체 형성이 빨리 유도되고, 형성된 면역력이 평생 지속되며, 실제 질병의 예방 효과가 탁월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상적인 조건에 부합하는 백신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백신을 연구하는 학자와 기업들도보다 이상적인 백신을 개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면역력이 보다 강력하고 오래 지속하는 안전한 생백신을 개발하거나, 대상 항원에 단백질을 결합시켜 T림프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며, 면역원성을 높이는 특정한 면역증강제 첨가물을 백신 제조 시 추가하는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제조 기술의 혁신과 발달로 효능이 우수해진 백신들이 도입되고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모든 대상자가 같은 효과를 누리지는 못한다. 항체 형성 능력이 상대적으로 나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면역시스템이 미성숙하거나 노화한 영유아와 노인들, 선천성 또는 후천성 면역결핍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백신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나쁘다.
악성 종양 질환이나 당뇨병, 만성 신부전 같은 다양한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도 백신 면역 반응이 약화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모순적으로 이처럼 백신에 대한 기대 효과가 낮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백신 접종으로 해당 질병을 예방해야 하는 필요가 높은 사람이기도 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백신을 접종 받아야 할지를 전적으로 대상자 개인이 판단해야 한다면 너무 혼란스러울 것이다.
경제적 비용과 신체적 불편,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을 감수하고 어떤 백신을 접종 받는 것이 정말‘이득’이 될 일인지 개인이 각자 결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같다.
맞다. 그래서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와 절차를 두는 것이다.
각국의 질병관리본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 같은 정부 기구들은 백신 회사에게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임상 연구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그리고 객관적인 연구 자료를 근거로 하여 어떤 대상군에게 대상 백신 사용을 허가할 지 결정한다.
당연히 전문가 집단도 책임을 갖고 역할을 한다. 관련된 학회의 의학자들은 자료를 학술적으로 분석하여 해당 백신을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권장하는 것이 합리적일지 의견을 모아 권고안이나 진료 지침을 제시한다.
따라서 각 개인은 정부 기구와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쉽고 현명한 방법이다.
혼돈이 없어야 하는 점은 효과는 언제나‘집단적’으로만 분석된다는 사실이다.
즉 어떤 백신의 예방 효과가 70%라 한다면, 이는 내가 70%의 효과를 본다는 뜻이 아니다.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 100명이 있다면 그중 70명은 효과를 보고 30명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운이 좋은 70명에 들지 않으면 그렇지 못한 30명에 들지를 알 수는 없다.
대개의 세상사는 일이 그렇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