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내용, 시장 뜻대로…의회 입장 안중에도 없어”
“형식•내용, 시장 뜻대로…의회 입장 안중에도 없어”
  • 광양뉴스
  • 승인 2019.02.22 17:20
  • 호수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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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의원 일부 시민과의 대화‘불참’ 전면 개선 요구
20일 오후 광양시 중마동 자치센터에서 열린 시민과의 대화. 이날 중마동 시의원 4명 중 3명이 시민과의 대화 문제점을 제기하며 불참했다.

정현복 시장이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12개 읍면동을 돌며‘시민과의 대화’를 실시한 가운데 중마동 시의원 4명 중 3명이 행사의 형식과 내용에 문제점이 있다며 시민과의 대화 현장에 불참했다.

시는 해마다 시민과의 대화를 열고 있는데 의원들이 시민과의 대화 문제점을 제기하며 불참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가 매년 연초에 실시하는 시민과의 대화는 시정방향과 주요정책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시장이 직접 시민들에게 의견을 듣는 자리로 다른 지역 지자체들도 시민과의 대화를 실시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시장과 함께 각 읍면동장, 지역구 도의원, 시의원들이 함께 참석해 의견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시민과의 대화는 시의원들이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자리여서 시의원들로서는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중마동민과의 대화에는 중마동 시의원들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불참했다.

 20일 오후 중마동자치센터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시민과의 대화에는 시민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정현복 시장, 김태균 도의원, 김성희 시의회 의장과 박봉열 중마동장이 배석했다.

중마동 지역 시의원은 김성희 의장을 비롯해 정민기·서영배·백성호 의원 등 4명이다. 이날 중마동민과의 대화에서는 김성희 의장을 제외한 시의원 3명이 모두 불참했다.

불참한 시의원들은‘시민과의 대화’형식과 절차, 소통 방식에 근본적으로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 시장이 의회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시민과의 대화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재선인 정현복 시장은 지난 2014년 7월, 민선 6기를 시작하면서 시민과의 대화 시스템을 대폭 바꿨다.

정 시장이 시민들이 묻는 지역 현안에 대해 현장에서 곧바로 “된다”,“안된다”를 명확히 답해주면서 궁금증을 해소시켜준 것이다.

그동안 시민과의 대화에서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줄곧 들어와 속만 더 답답해했던 광양시민들은 정 시장의 속 시원한 대답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 사실이다.

정 시장의 대화 스타일은 민선 7기에 들어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정 시장은 각 읍면동을 돌면서 행정이 해줄 수‘있는 일’과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해 시민들에게 비교적 명쾌하게 답했다.

 

불참 시의원들“집행부-의회 역할 엄연히 다른데…”비판

 

이번 시민과의 대화에 불참한 시의원들은 바로 여기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집행부와 의회의 역할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사업 기획이나 예산 편성은 집행부의 권한이지만 사업 심의나 예산 심사는 의회의 역할로 서로의 영역이 엄연히 다른데 정 시장이 지나치게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민기 시의원은“시장님은 시민과의 대화 때마다 민원사항을 접수하면‘해주겠다, 안된다’를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한다”면서“각종 사업의 심의 의결은 의회의 역할인데 이런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시장이 해주겠다고 대답하면 의원들은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냐”며“서로의 역할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시장님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민원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서영배 시의원은“시민들의 다양한 민원 중에는 유사한 것들이 많은데 시민과의 대화에서 제기해 시장이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한 민원이라고 해서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서 의원은“비슷한 민원이라도 시급성, 예산, 사업기간 등을 감안해 우선순위가 달라지는데 시민과의 대화에서 제기됐다고 해당 민원을 먼저 해결해준다면 행정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어“시장이 안된다는 민원들 중에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가능한 것과 그 반대인 것들도 많은데 시장이 의회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불참한 시의원들은 시장의 소통 부재도 시민과의 대화의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서영배 시의원은“시민과의 대화가 끝나면 각 지역별로 제기된 민원에 대해 의원들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하는데 소통이 부족하다”면서“시민과의 대화를 마치면 의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시민과의 대화 본질적인 취지에 대한 문제제기다. 시민과의 대화는 시장과 시민들이 직접 만나 공개적으로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다. 시의원, 도의원들은 종종 민원에 대한 대답도 하지만 대부분 가벼운 인사말과 함께 자리에 앉아 의견을 듣는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시장과 시민들의 대화에‘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시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병풍 역할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물음이다.

서영배 시의원은“시의원들이 이번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시민과의 대화가 좀 더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일 뿐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면서“시민과의 대화에 시의원들 입장에서 참석 안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광양시민과의 대화는 해마다 지역언론, 시민들이 형식이나 대화시간, 참석자 소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며 해마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 시의원들이 공식적으로 대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내년부터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성훈 오마이뉴스 기자

 

『이 기사는 제휴사인 오마이뉴스 기사이며, 오마이뉴스에도 보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