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광양의 언어와 음식에 대한 기록 하고 싶어”
“사라져가는 광양의 언어와 음식에 대한 기록 하고 싶어”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11.03 19:51
  • 호수 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북구 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봉강면 출신)

광양신문에 수년째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허북구 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은 봉강출신으로 농학박사이다. (사)세계신지식인협회로부터 2016년도 문화예술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패션저널 칼럼위원, 한국자원식물학회 상임이사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비한 꽃염색 천연염색 쉽게 배우기, 타이완의 꽃문화와 화훼산업 등 80여 권이 있고, 특허 등 지적재산권 70여 건이 있으며, 국내외 학술지에 305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광양신문은 창간 18주년을 맞아 허북구 향우를 만나, 천연 염색 이야기와, 광양시의 농작물 판로 및 활용 방안, 6차 산업의 과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6년 IBC 올해의 인물, 3년 연속 세계인명사전에 등재 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몇 해 전부터 인명사전에 싣자고 연락이 자주 왔었으나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안했다. 90년대 초부터 일본 등 해외에 기고를 하기 시작했고 2012년에 처음 대만에 초청강의를 갔었다. 이후 공무원과 박물관, 문화계 관계자 하계 연수회 때 초청강사로, 또 2015년 대만 디자인엑스포 해외명사 초청강의를 다니면서 전국의 박물관 관계자를 알게 됐다.

그러면서 강의 내용을 출판해보자고 제의해서 출판을 하게 됐고, 일본, 대만, 이스라엘, 미국, 유럽 등에 국제논문 40편 정도를 발표했다. 국제논문 발표는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교수들과 교류하다 보니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면서 IBC 협회에서 알아주기 시작했고 사전에 등재가 됐다.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2001년부터 시작했으니 천연염색과 인연을 맺은 것이 어느덧 20년이다. 전공이 원예이다. 원예에서도 주로 재배, 생산보다는 활용하는 쪽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 공기 정화식물도 미국의 나사보고서를 입수해서 국내에 1991년에 처음으로 소개했고 원예치료, 구례 압화도 1990년대 책을 발간했다. 천연염색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런 차원에서 관심을 갖게 됐다. 모든 식물의 꽃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 특히 광양 옥룡의 동백꽃에서는 아름다운 색이 나온다. 모든 꽃과 식물에서는 고유의 색이 나온다.

 

염색 뿐 만 아니라 화장품, 술, 떡 등 식품에까지 활용을 했다. 제주도에서 동백화장품을 개발했다고 샘플을 보내왔다. 천연염색도 그런 이용측면에서 시작을 한 것이다. 이후 2006년 천연염색박물관 개관과 더불어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박물관이 자리 잡기까지 초창기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7.청출어람 나주’행사도 국장님의 작품이고 축제 이름에서부터 모든 것이 국장님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6차 산업과 연계한 문화행사로 생각된다. 축제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청출어람 축제를 무사히 마쳤다. 나주시 전역 70여 곳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1번부터 70번까지 전시장을 따라 돌면 나주 한 바퀴를 돌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학생운동이 일어났던 옛 나주역, 박물관, 의병활동을 했던 난파고택은 축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단순히 ‘천연염색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천연염색의 이미지를 통해서 도시재생, 도시 활성화, 나주 알리기에 중점을 두고 기획한 종합 축제였다.

일본, 대만에서 최고위 공무원 일행이 다녀갔고 각 나라의 작품을 재단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등 국제적인 행사로 치러졌다. 국내 작가들 뿐 아니라 해외 작가들의 천연염색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향은 광양 봉강이지만 나주에 살고 있다 보니 나주의 생산품을 활용해 전략적인 특산품 개발에 관심을 갖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런 축제를 통해 천연염색과 접목해 특산품 배치를 한다. 나주에 팔도라면 공장이 있고 남양유업 공장이 있다.

이번 청출어람 축제에 기업의 생산품을 활용한 지원을 요청했더니 돈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거절했다. 기업들은 지역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도 하기 때문에 지역이 도와줘야 한다. 단순히 돈을 받는 것은 기업들에게‘삥’을 뜯는 것이라 생각해서 거절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라도 지역의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기업홍보도 하고 나주 문화도 홍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가 있다. 이번 청출어람 축제는 양보다 질에 만족한 축제였다고 자부한다. 전국의 작가들이 300여 명이 참가했다. 나주에 처음 온 사람들도 많다. 작가들이 작품을 설치하러 오고 철거하러 오고 사진작가들도 많이 몰려들었다. 이 행사 하나를 통해 문화, 관광, 특산품 홍보까지 6차 산업과 문화. 관광을 총 망라한 축제였다.

천연염색 작품만 전시하면 관심이 떨어진다. 융합을 시켜야 한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939년에 지은 집이 있고 한식, 일식, 서양식이 결합된 집이 있다. 거기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하면 천연염색도 궁금하지만 더 궁금한 것은 건축물이라든지 시골의 삶이다. 그냥 오라고 하면 오지 않으므로 전시회를 한다는 명분으로 사람들을 오게 하고 농가에서는 특산물을 놓고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특산물을 놓고 팔거나 서비스로 주면 그 제품을 인식하게 되고 구매로 이어지고 다시 인터넷을 통해 재구매까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6차 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이다.

△감, 밤, 매실은 광양에서 많이 생산되는 농산물이다. 6차 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 광양시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쉽다. 농산물에도 문화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 말씀 해달라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정보가 노출되다보니 지역의 특색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유통의 발달로 지역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품이 판로를 잃어가고 있다. 맛도 평준화 됐다. 뚜렷한 지역의 특색과 개성을 살리지 못하면 지역이 힘들다.

나주에서는 제비쑥떡을 사례로 해서 특산품을 개발했다. 나주 특산품인 배를 접목해 떡의 쫄깃한 맛을 더했는데 이번 추석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군산의 이성당, 전주의 풍년제과에서 만드는 빵은 다른 빵과 특별한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유명세를 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맛에 자신이 없다면 그 특산품이 가진 고유의 특정 성분이나 장점을 연구결과를 통해 알리고 스토리를 만들면 된다.

그리고 특산품의 개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언론이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행정이 적극 움직여서 중앙에서 사업비를 따오게 되면 직접 하지 말고 잘 할 수 있는 조직이나 민간에 위탁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약간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언론과 행정이 지역 특산품으로 개발된 상품이 자리 잡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도와주어야 정착한다. 나주 제비쑥떡도 언론을 통해 계속 알린 결과 이탈리아 국제 슬로푸드 협회에 등재됐다.

광양에도 감이 많이 생산되는데 잘 활용되면 좋겠다. 진상 백학동 곶감이 유명하다. 곶감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만으로 소득창출을 생각하지 말고 감을 깎아서 말리는 기간에 축제를 개최해서 그 과정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게 하는 것도 특산품을 알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광양엔 감이 유명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종합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생산자는 기획하고 언론은 알리고 행정은 지원하는 삼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무관심에 묻힐 뻔한 나주 천연염색이 나주 문화를 대표하다시피 된 것 같다. 비결은?

나주가 천연염색의 중심이 된 이유는 2000년경 고 김대중 대통령이 나주를 방문했을 때 자색고구마로 염색한 스카프를 보고 문화산업의 발전가능성을 언급해 대통령 특별교부금을 받아서 보성과 나주에 천연염색 박물관을 지었다. 국비 50억(대통령 특별교부금)시비 15억 원 등 65억원을 들여 지었다.

전국적으로 쪽이 많이 생산됐지만 나주 쪽 문화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문헌을 찾아‘근대 나주 쪽 문화’라는 책을 써서 쪽 문화에 대한 기록을 남겨서 나주가 천연염색 도시로 태어나게 된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 공모사업을 따와서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볼 수 있게 중국어와 일본어 블로그를 만들어 나주가 천연염색의 메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이제부터는‘세계 천연염색의 심장, 나주’라는 말을 만들어서 나주의 천연염색문화를 더 많이 알릴 계획이다.

이제 나주의 천연염색은 문화적으로는 웬만큼 이뤄졌고 사업으로도 성공했다. 년 매출 2600억 원 규모의 회사가 세계 최대 천연염색 공장을 나주에 착공할 계획이다.

문화와 산업은 같이 굴러간다. 세계 유명한 의류브랜드에 납품을 한다. 나주에서 생산된 천연염료가 세계 각지로 진출하면 나주는 그야말로 세계 천연염색의 심장부가 된다. 올해도 국내 한 의류브랜드가 나주에서 나온 염료를 활용해 특수 친환경제품을 만들어 완판했다.

그러기까지는 천연염색문화재단의 역할이 컸다고 자부한다. 이미지를 만들고 작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천연염색은 친환경 이미지가 강하다. 때문에 나주에서 생산되는 다른 농산품에까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6차산업과 문화는 이미지를 만들고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 이미지를 통해서 작가와 기업 등 소비하기 위한 사람들이 찾아오므로 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한국 천연염색박물관은 세계 유일하다. 기업체연구소, 공방촌 등 하드웨어도 갖췄다. 건물이나 규모, 천연염색문화재단도 세계 유일하다. 중요한 것은 시비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가 공모사업을 10개 정도 따와서 1년에 약 40억 원 이상을 가져와 재단과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중점을 두고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지?

중점을 두고 하고 있는 부분은 개인적인 것과 업무적인 것이 있다. 우선 업무적인 것은 천연염색하면 세계적으로‘나주’, 명실공히 천연염색의 세계 심장이 되도록 하겠다.

이미지 뿐 아니라 생산, 고용창출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 나주시민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하고 싶다.

개인적인 것을 해보려 하니 마음이 급하다. 장흥 청태전차와 진도의 감물 유래 등 지역마다 개성들을 찾아내서 재구성하고 상품화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지역의 정체성도 문화에서 찾아내야 한다.

광양에 대한 기록을 위해 봉강 집에 올 때 마다 어머니께 이것저것 묻는다. 사라져가는 광양의 언어와 음식에 대한 기록도 하고 싶다.

이런 기록들이 모아지면 광양문화와 특산품에 대한 네이밍 작업에도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맛 칼럼니스트가 쓴 고로쇠 유래는 1960년대로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 고로쇠는 일제강점기던 1940년대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다.

 

△문화와 6차 산업은 연계성이 있다고 본다. 행정이 해주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느 지자체든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행정의 가장 큰 문제는 행정이 행정을 해야 하는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을 생각하는 조직들, 지역의 변화를 보람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은 그런 사람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서포트를 잘 해주면 될 것이다.

 

△자리 잡기까지 힘들었던 점? 대학에 강의도 나가고 바쁘실 텐데도 책을 많이 펴냈다. 집필은 주로 언제?

책을 많이 쓰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었다. 그게 가장 미안하고 어려운 부분이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료 수집하러 갈 때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가족여행을 가서도 취재를 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책을 쓴다.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