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우산공원’산책길…궁도장, 3.1운동 추모공원, 설성 김종호 선생 추모비‘볼거리 다양’
지난주 광양은 80mm 정도의 비가 내려 오랜만에 촉촉한 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장마 기간에 고작 100mm 남짓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내고 곳곳에 가뭄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났지만 이번 비로 인해 가뭄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다.
입추와 말복을 지나면서 더위는 한풀 꺾였다. 해마다 말복이 끝나면 열대야로 잠자기가 힘들고 하루 종일 무더위에 지쳤던 폭염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에 물도 차가워진다. 조상들이 정해놓은 24절기가 오늘날 최첨단 과학시대에도 꼭 들어맞는 것을 보면 그저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가을의 문턱에 다가선 지금 오랜만에 우산공원을 둘러본다. 모처럼 쏟아진 비에 풀과 나무들은 더욱더 생생한 기운을 내뿜고 매미들도 어느 때보다 더 우렁차게 울고 있다.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은 하늘이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하늘은 일주일 전 보다 더욱더 파랗고 높기만 하다. 가을의 문턱을 우산공원에서 맞이할 수 있어서 어느때보다 걸음걸이에 힘이 들어간다.
문화예술회관 뒤에 있는 우산공원은 광양읍민들이 서산과 함께 가장 사랑하고 많이 찾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산공원에는 다양한 볼거리도 많은데다 산책길은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운동 시설이 아주 잘 갖춰져있어 이곳에 오면 저절로 철봉도 해야 하고 윗몸 일으키기도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이 있다.
우산공원은 우레탄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한바퀴 돌면 한시간 정도 소요된다. 여기에 공원 곳곳에 아주 잘 정비된 운동기구들이 많이 있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벽타기 운동기구를 비롯해 스트레칭 기구, 철봉, 어깨 운동 기구, 맨발 지압길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각 운동기구마다 이용방법, 칼로리 소모량을 친절히 소개해주고 있고 연령별 체력 측정표도 있어 더욱더 운동을 하고 싶게 한다.
우산공원의 또 다른 매력은 볼거리다. 우선 문화예술회관 뒤로 바로 올라가면 ‘빙고등’(氷庫嶝)이라는 안내판을 볼수 있다. 우산리 산저마을 뒷산 산등을 빙고등이라 하는데 광양시지와 구전에 의하면 옛날 관청에서 설치한 얼음창고가 문화예술회관 남쪽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우산공원에는 널찍한 원형 광장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폭염때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할수 있도록 바닥분수도 운영하고 있으며 나무 그늘을 쉼터로 삼아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도 하는 곳이다. 원형 광장 바로 옆에는 ‘숲속 도서관’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정자 위편에는 우리 지역의 대표 소설가인 이균영 선생의 삶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숲속 도서관 이름대로 정자에는 책도 비치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고 제대로 관리가 안된 탓인지 책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어 다소 아쉽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설성 김종호 선생의 추모비가 눈에 띈다. 김종호 선생은 광양읍 목성리 출신으로 제20대 전라남도지사, 제16대 건설부장관을 역임하며 광양제철소 입지와 광양항 건설 정책 결정에 기여한 인물이다. 김종호 선생 현창사업 추진위원회는 매년 선생의 추모일(음력 7월 25일)을 ‘애향의 날’로 정해 선생의 애향정신을 본받을 수 있는 추모식을 열고 있다.
김종호 선생 추모비를 지나 좀 더 가면 3.1운동 추모공원이다. 이곳에는 독립유공자 추모탑이 있는데 광양출신 독립유공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바로 옆에는 매천 황현 선생의 동상도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굽이굽이 내려오면 활쏘는 소리가 들린다. 공원 바로 아래 궁도장인 ‘유림정’이 있는데 궁도 동호인들이 이곳에서 활을 쏘며 심신을 수양한다. 우산공원은 주 산책로 외에도 둘레길과 샛길이 곳곳에 있어 구석 구석 보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우산공원의 장점은 도심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예회관,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향교, 내우마을, 신기마을, 매화주공아파트, 칠성주공아파트, 삼익아파트 등이 있어 어디에서나 공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우산공원 인근 유휴지를 사계절 꽃피는 힐링숲으로 조성해 더욱더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