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산업과 컨테이너 부두를 떠올리며 경제 성장 위주의 정책들로 숨 가쁘게 달려오던 광양시가 도시재생 사업과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됨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마음이다.
80년대에 들어 선 제철소는 지금까지 광양시의 경제성장에 큰 동력이 되어 광양은 돈이 많은 지자체가 됐고 전남도에서 재정 자립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최산두 선생을 비롯한 매천 황현, 도선 국사 등 광양을 빛낸 역사인물의 우국충정과 선비정신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광양에, 그중에서도 광양사람이면 누구나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보석 같은 두 사람,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역사를 새로 쓴 정채봉과 한창 젊은 나이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요절하게 된 이균영을 생각하면 많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이 모두는 다른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광양이 문화도시로 가는 소중한 보물이고 자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광양을 문화도시로 바꾸는‘문화도시 조성사업’이 마중물 사업을 도출하고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들을 기억하고 기념사업을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60평생이 넘도록 광양읍에서 살았고 40여년이란 긴 세월을 광양시 공직에 몸담았었다. 그 기간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긴 세월을 읍사무소에서 근무했던 나로서는 광양읍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면서도 무척 각별하다고 자부한다.
그런 광양읍이 도시재생과 문화도시조성사업의 중심축이 된다는 말에 귀가 번쩍 띄어 용역사가 진행하는 지역 거버넌스 구축 및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읍성 복원, 광양 향교, 목성리 장달막 저택, 수성당, 정채봉의 유년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동외 마을 회관 옆의 골목길, 남문 길이었던 벅수길, 인서리 오래된 고택들이 그냥 이대로 묻혀 지지는 않을까 싶던 차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문화도시조성사업 라운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나는 물론이고, 아직은 개발 되지 않고 묻혀 있는 골목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해보자는 등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도심 곳곳에 잠자고 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쌈지 공원을 만들어 작은 공연도 하고 작품 전시를 함으로써 시민이면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가장 광양적인 골목과 음식으로, 우리 모두가 광양을 아끼고 다듬다 보면 볼거리와 맛이 함께 하는 문화산업으로 성공 할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다 보면 옛날 먹던 우리 고유의 음식들까지 접목 시켜 새로운 먹거리 골목이 조성되고 외지인들의 발길을 붙들 수 있는 문화관광상품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그렇게 희망을 이야기 했다.
문화도시의 주인인 시민의 의견을 놓치지 않으려는 용역사 (주)쥬스컴퍼니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전문테이블로 옮겨 간 후에도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열정과 노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전문성은 자부할 수 없지만 나를 비롯한 시민들은 끈끈한 애향심을 바탕으로 3개월 동안 바쁜 시간들을 쪼개가며 전문테이블에 참가했고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했고 진심어린 제안들을 하기도 했다.
전문테이블이 끝난 지금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은 광양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밑거름이 되는 서툰 초석을 놓았고 ‘눈꼽 만큼 이라도 기여 했다’는 자부심에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추상적이다. 구체화 된 것이 없다’… 등등 그 동안의 용역결과에 대해 조급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럴수록 조금만 천천히 먼 안목으로 내다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고, 좋은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듯 문화도시조성사업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양읍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책임감을 느끼며 광양시가 문화도시로의 아름다운 변신을 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