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특공햄버거 먹으러 가자~”
“애들아~특공햄버거 먹으러 가자~”
  • 정아람
  • 승인 2013.06.03 09:55
  • 호수 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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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도 가르치고 햄버거도 만드는 광영동 무림체육관 서민수 관장



오늘도 그는 흑색 도복을 바짝 조여 입는다. 발끝이 매섭게 돌아가며 허공에 큰 원을 그린다. 한 다리를 축으로 원을 그리는 ‘회축차기’다. 허공을 가르는 기합소리가 체육관을 흔든다.

도복 매무새를 정성들여 정리한 후 그는 어디론가 향한다. 바로 체육관 옆 건물 1층에 있는 ‘무림 햄버거’. 자세히 살펴보니 간판에는 도복을 입은 무림체육관 어린 관원들이 햄버거를 들고 있다.

간판에 출연한 아이들은 광양에서 최초로 리틀 경호요원 자격증 취득과 동시에 내년에는 SBS스타킹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가게를 들어서니 정갈하게 입은 도복 위에 갈색 체크무늬 앞치마를 두른 채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서민수(30) 관장. 무술도 가르치고 햄버거도 만드는 특별한 사람이다.

 


버터를 적당히 두른 후 빵을 굽고 불고기 패티를 얹어 소스와 양상추를 듬뿍 올린다. 따뜻한 햄버거를 한 입 문다. 아삭아삭 씹히는 양상추와 버터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햄버거가 어릴 적 학교 앞 제과점에서 사먹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무림햄버거에서 파는 햄버거는 일반 불고기 버거인 ‘무림햄버거’와 무림햄버거에 치즈가 첨가된 ‘특공햄버거’ 두 가지다. 햄버거 뿐만 아니라 순대, 핫도그, 떡볶이, 라면 등 분식 거리도 함께 팔고 있다.

무림 햄버거가 문을 연지는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다. 체육관을 1년 넘게 운영하며 관원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간식거리가 부족해 관장이 직접 나서 문을 열었다. 수익금 일부는 우수관원 장학금과 지역과 해외에 어려운 아이들에게 쓰일 계획이다.

서민수 관장은 “관원들에게 효도계획표를 나눠주고 효도를 실시해 올때마다 쿠폰을 발급한다”며 “쿠폰이 모아지면 무료로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가진 것이라곤 누굴 도와줄 수 있는 마음뿐이라는 서민수 관장. 그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마부작침이다.

서 관장은 “지금은 작은 동네에서 체육관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 앞엔 무너지듯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서민수 관장은 여수 오림동에서 태어나 여수공고를 졸업했다. 내세울만한 스펙도 없고 장애를 앓고 있는 부모님 때문이라도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했다. 무작정 3만원을 들고 서울로가 액션배우에 도전도 해봤고 1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태권도도 해봤다.

하지만 인생에 터닝 포인트는 쉽게 등장하지 않았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진짜 성공이라는 것은 출세만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햄버거 가게는 관원들 학부모와 서 관장이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있다.

서민수 관장의 최종 꿈은 시골에서 붕어빵 파는 아저씨가 되는 것이란다. 정직이라는 틀에서 스펙이라는 불을 이겨내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성공의 냄새가 벌써부터 코끝으로 전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