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사람들 - 이임순 수필가
과수원을 일구며 힘든 삶을 토해내기도하고, 자연과 벗하며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해 수필가로 등단한 사람이 있다. 그는 수필집 ‘과수원지기의 향기’의 저자 이임순 씨. 이임순 씨는 “과수원지기의 생활이란게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그렇다고 늘 보람 있는 것도 아니다”며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을 때는 희망이 솟지만, 수확을 마치면 가슴에는 황량한 바람이 일 때가 많았다”고 한다.
이런 그의 가슴 속 그 바람을 무언가로 잠재워야 할 것 같아 시작 한 게 바로 글을 쓰는 일.
마음속에 쌓인 노폐물을 글을 씀으로서 닦아 낸다는 생각으로 써온 그의 글 솜씨는 1992년 전국편지쓰기대회에서 입상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임순 씨는 이후 편지쓰기대회 입상자들의 모임인 ‘편지마을’을 통해 문예반 활동을 시작하며 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된다. 한 달에 두 번 작품을 공유하지만 이 씨는 그 보다 많은 작품을 썼다.
남들보다 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타 회원들에게 뒤지기 싫었던 이 씨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많이 읽고 많이 쓰는 방법뿐”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마터나문학상과 여성문학상, 광주 전남주부백일장 대상, 농민신문사 생활수기 우수상 등 17여 곳이 넘는 대회에서 수상하는 결실을 맺었다.
1997년에는 ‘때 늦은 후회 그때...’라는 작품으로 ‘수필과 비평’의 수필가로 등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등단한 후 전라수필문학회장을 역임했고, 순천수필, 광양문인협회, 전남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까치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 이 씨에게 씨앗 한 톨이 날아와 가슴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옆집에 사는 노부부를 보며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살아보자는 꿈과 각오가 생긴 것이다.
그는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마흔여덟의 늦은 나이에 한려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큰 아들보다 어린 학생들로부터 ‘왕 누나’로 불리며 그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때론 과수원의 풀을 매다 학교에 가기도 하고, 농약을 치다가도 서둘러 수업에 참석하거나 자원봉사를 가기도 했다.
이 씨는 만학도로 공부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장학금을 과를 위해 고생하는 조교들을 위해 과 사무실에 기증했다. 사회복지학에 푹 빠진 이 씨는 대학원까지 진학해 노인주거복지 시설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는 어떤 의뢰인을 만나더라도 최선의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틈틈이 상담과 수화, 웃음치료, 미술치료, 특수아치료, 언어치료, 동화 구연, 독서 지도 등의 공부도 곁들여 12개의 자격증도 획득했다.
또 이 씨는 복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광양동백로타리클럽 회장을 지내며 소외된 이웃의 자원봉사자로 나섰고, 자매결연한 독거노인 집을 2주에 한번 방문해 말벗이 되어 주기도 한다. 2009년부터는 광양시 문해교사로 위촉돼 봉강면 상봉마을을 찾아 글을 모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육도 하고 있다. 이 씨는 “글을 모르던 할머니가 교육을 받고 편지쓰기 대회에서 입선 상품으로 볼펜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전라남도 주부명예기자로 10년째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특유의 글 솜씨로 광양시를 알리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또 작년 10월부터는 어린이집 원감으로 일하며 아동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씨는 “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한 생활과, 문해교육을 받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며 “앞으로도 수필가, 사회복지사, 명예기자 등의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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