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달 안 통합 관련 여론조사 실시
정부, 이달 안 통합 관련 여론조사 실시
  • 이성훈
  • 승인 2009.10.08 09:58
  • 호수 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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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50% 넘으면 주민투표…시 “통합, 현실적으로 어렵다”

광양시의회는 8일 오전 11시 운영위 회의실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함께 도시통합 관련 제 2차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를 갖는다. 사진은 지난달 7일 열린 1차 간담회

순천시와 순천경실련이 광양시와 구례를 포함한 광양만권 통합 주민건의서를 제출하면서 도시통합은 이제 시민사회의 분노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의회는 순천시의 이 같은 움직임이 광양의 강제통합을 선언한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 수위를 한층 강화하는 등 도시통합 관련 광양-순천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통합 이전에 주민갈등과 불화라는 걱정스러운 부메랑이 곳곳을 휩쓸고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여수 오현섭 시장도 광양이 제외된 통합은 무의미하다며 순천시와 구성키로 했던 통합실무논의기구의 해체를 선언, 현재 통합추진은 순천시만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여수와 광양의 반대와 우려와는 달리 주민건의서가 행정안전부에 제출되면서 이달 중으로 주민여론조사 등 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본지는 현재까지 도시통합 과정의 문제점과 향후 추진 절차 등 통합에 대한 전망을 싣는다. <편집자 주>

정부가 현재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자율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살펴보면 △도시 광역화로 저비용 고효율의 경쟁력을 갖출 것 △기반시설, 혐오시설, 편익시설 등 중복투자 감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중ㆍ대선거구제 개편이 용이해 선거 폐해의 최소화 등이 그 이유다.

이에따라 지난 6월 행정안전부는 시군 자율통합 우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후속조치로 8월 7개 부처가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을 발표, 자율통합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차원에서도 지자체 통합과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법률안을 상정해 놓고 있어 전국적으로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이성웅 시장과 오현섭 여수 시장, 노관규 순천 시장이 만나 광양만권 도시통합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3개 시장은 범광양만권 통합이라는 원칙에 동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통합 청사 장소에 대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확인 됐다.

이성웅 시장은 “당시 3개 시장이 만난 자리에서 여수, 순천 시장이 통합 청사를 광양에 두자고 제안했다”며 “그러나 광양만권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우리시 입장에서 볼 때 그 자리에서 동의하기는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양 시장이 이런 제안을 하자 양 시민을 대상으로 통합 청사를 광양에 주겠다는 설문조사를 제의했으나 아직까지 이에 관한 대답은 없었다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이후 3개 시장 회동은 한 번 더 있었으나 이 시장의 불참으로 우리시에서는 3개시 통합논의를 완전 중단한 상태이다. 지역에서는 3개시 통합 반대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시의회는 3개시 통합 반대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읍면동 발전협의회 연합회에서 3시 통합반대 추진위를 구성하고 반대 입장을 명백히 했다.

이어서 시는 지난달 18일 3개시만의 통합은 반대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후 여수, 순천 시장이 만나 양 시가 우선 통합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했으며, 29일 순천시와 순천 경실련이 광양ㆍ여수ㆍ순천ㆍ구례 4개 시군 통합 시민건의서를 제출한 것이다.

주민설명회 후 여론조사 실시…
결과에 ‘촉각’

행안부는 순천시가 통합 건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우선 4개 시군을 상대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시기는 이달 초ㆍ중순이며 광양시의 경우 화요일인 오는 13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됐다. 주민설명회가 끝나면 이달 중순 4개 시군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4개 시군 통합 논의는 진행된다. 여론조사 결과 통합 찬성률이 50~60%를 넘을 경우 지방의회 의견을 듣는다.

시 관계자는 “60%라는 것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행안부에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다는 의미”라며 “이에 따라 통합 찬성이 50~60% 정도 나올 경우 지방의회 의견을 듣게 된다”고 밝혔다. 4개 시군 지방의회가 통합에 찬성하면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통합이 결정되며 반대하면 주민투표에 들어간다. 

현재로서는 시의회가 3개시 통합에 분명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 찬성률이 50%를 넘으면 우리시는 주민투표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이럴 경우 행안부에서는 11월 초까지 지자체장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며 12월 초 동시 주민투표에 들어가게 된다.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에 따라 유권자 수 3/1 이상의 투표와 유효 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 주민투표가 끝나면 12월 중순 공동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내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가 출범한다. 

시,  긴장 속 대응마련 분주

일단 여론조사가 우리시로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만일 여론조사를 통해 50% 이상이 통합에 찬성을 할 경우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뀐다. 이는 그동안 시와 의회, 시민ㆍ사회단체 대표들이 주장했던 3개시 통합 반대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광역광양만권 통합에 대한 시민 홍보 부족, 지역 민심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책임, 통합 전략 미숙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지역은 3개시 통합이라는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시가 최근 추석 연휴기간에 3개시 통합 반대와 광역광양만권 통합이라는 시의 입장을 밝힌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홍보물을 살펴보면 3개 시가 통합할 경우 △인구유출에 따른 인구 공동화 △정주여건이 잘 갖춰진 인근 도시로 젊은 시민 대거 유출 △통합시 명칭ㆍ청사 위치ㆍ지역발전계획 등에 대한 지속적인 갈등과 후유증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시는 홍보물 맨 마지막에 “이달 중순 실시할 여론조사 및 주민투표에 충분히 생각해보고 후회 없는 선택이 되도록 요청한다”며 시민들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시로서는 투표에 찬반을 논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완곡한 표현으로 시민들에게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여수시·의회 “광양 제외한 통합 의미 없어”

일단 순천시와 순천 경실련의 통합 건의서 제출에 우리시를 비롯해 여수시 역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3개시 통합이 기본원칙”이라며 “해운, 항만, 산업연관성을 고려해 광양을 제외한 여수 순천 통합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현섭 시장은 “광양만권이 통합 시너지를 가지려면 여수와 순천, 광양 3개시 통합이 바람직하다”면서 “여기에 고흥이 원한다면 고흥까지 포함하는 통합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수시 의회 역시 같은 날 '일방적인 도시통합 추진을 절대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통합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여수시의회는 “정부의 도시통합은 지역 특성을 무시하고 지방자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수시와 광양시, 구례군 등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된 가운데 순천시의 일방적 건의는 타 시군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지역간, 주민간 갈등만 야기 할뿐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장차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순천시와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통합을 강력히 주장하는 순천시의 입장은 계획대로 추진되길 원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순천시의 경우 일단 통합 건의서를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행안부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통합, 현실적으로 가능하나

일단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통합이 정부 예정대로 추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순천시를 제외한 양 시가 통합에 적극 반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6일 행안부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행안위원들이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자율통합은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고, 사실상 강제 통합이라며 반발하는 등 정부의 자율통합 추진은 국회에서 조차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민심이다. 여론조사,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 찬성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내년 7월까지 예정대로 추진될 지는 미지수다. 이는 그동안 순천시가 벌여온 행보가 시민들에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대 광양캠퍼스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순천시의 움직임과 지역 정치권의 행보, 순광상의 분리 과정에서 나타난 순천시의 입장 등을 살펴보면 순천시가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와 의회는 3개시 통합으로 경쟁력을 갖추자는 명분아래 실제로는 순천시가 잇속만 챙기고 있다며 순천시의 행태에 불신을 가지고 있다.  

박노신 의원은 “순천시와 순천경실련이 행전부에 건의한 광양만권 일부 도시통합은 절대 반대한다”며 “시민 여론을 호도하고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강제 도시통합 건의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시로서는 주민설명회 이후 여론 동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설명회가 정부의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될지 여론이 양분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날 설명회 현장 모습에 따라 우리시의 3개시 통합 여론이 어느 정도 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