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방안에 대한 간담회가 지난 16일 본지 임원실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광양시청 이화엽 문화담당과 최상종 학예연구사, 광양제철고등학교 이은철 역사교사. 광양자치포럼 박강현 사무국장이 참석해 우리지역 문화유산 관리와 현안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본지 김양환 발행인은 이날 “광양지역 문화유산이 지닌 가치가 외면 받아왔던 게 사실인 만큼 이번 간담회를 통해 우리지역 문화유산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시민들이 함께 우리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지역문화재 보존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당초 예상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주제영역을 넘나들며 우리지역 문화유산의 보존과 발굴, 활용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는 △제1주제로 광양시 문화유산의 현주소와 문제점, △제2주제로 광양문화유산 관리와 연구방향, △제3주제로 향토문화연구소 설립목적과 활용방안을 선정해 진행됐다. <편집자 주>
시민 마인드 변화와 예산투자가 관건
그는 “(광양시 행정의)관심이 부족했고 예산투자 등도 부족했다. 또 기존에 있던 문화재도 보존 관리하는데 있어서 전문가가 배치되지 않아 애정을 가지고 할 만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제서야 학예연구사가 배치되는 등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각계의 조언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광양제철고 이은철 교사는 “광양시는 어느 곳보다 좋은 역사문화를 갖고 있다. 역사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국가유적도 있고 백운산과 섬진강의 유적도 많다”며 “광양이 역사의 불모지라는 인식은 광양문화유산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데 기인한 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마로산성의 경우 그 가치를 묻는 다면 14만 광양시민 어느 누구도 섣불리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광양문화유산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알리는 것이 먼저이며 이를 전시민적 차원에서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양자치포럼 박강현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문화의 주체라는 인식이 여러 가지 현안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선결과제다”며 “이런 관점에서 시민들이 가진 문화마인드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적 마인드를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양시 최상종 학예연구사는 “기존의 광양문화유산에 대한 자료는 많으나 차별점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군지나 시지, 문화재분포지도 등도 차이가 거의 없다”며 “여러 가지 문화재 용역이 진행돼 왔지만 결과에 대한 자료만 있지 과정의 자료가 없는 점은 정말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료에 대한 수집과 정리가 필요하다. 유무형에 대한 자료를 찾아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광상품으로 접근하는 문화유산 위험
예산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유산을 섣불리 관광상품화 하려는 광양시의 인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은철 교사는 “광양문화유산이 제대로 방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예산투자가 필수적이다. 이는 시에서 할 수밖에 없고 주체일 수밖에 없다”며 “문화재 사업이 비록 돈이 안 되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예산투자가 유일한 길인만큼 광양시의 정책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사는 “투자에는 장단기적 투자가 있다. 옥룡사의 경우 발굴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조급하게 관광자원화 하려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연구사도 “문화재 자체에 대한 연구가 먼저다. 이를 무조건 관광자원화 하려고 서두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선적으로 제대로 발굴하고 지역민들이 공유하는 학습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도 “많은 지역에서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하려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문화관광상품으로 쓰기 위해 문화유산에 접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태도다”며 “우선 제대로 된 연구와 발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문화담당은 “옥룡사와 마로산성 등 문화재에 대한 복원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증을 통한 복원문제와는 별개로 도선국사 사상수련관 등 한국풍수의 대가인 도선국사를 기념한 사업들은 추진돼야 한다”며 “광양지역을 한국풍수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중심의 독립성 보장 필수
부족한 광양시 문화재 인력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특히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민간차원의 향토문화연구소 설립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또 향토문화연구소의 목적달성을 위해 기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
이 문화담당은 “문화재 전문인력이 부족한 광양시의 상황에서 지역사가들이 참여하는 향토문화연구소 설립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토역사전시관 내에 연구소를 두고 이를 지원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모든 사업은 열정과 애정을 가진 사람과 조직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볼 때 민간 문화연구단체에 대한 지원과 활용방안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데 공감한다”며 “그러나 향토문화연구소가 설립되더라도 지역문화를 찾아내고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 “연구소의 기능이 연구중심이 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무국장은 “연구소의 기능 확보를 위해 초기 민간연구 영역에 과제를 주고 이를 통해 광양문화재의 현안문제에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의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인적 구성과 예산 등 선행단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문했다.
박 사무국장은 또 “결국 향토문화연구소의 기능은 광양문화원이 담당하는 것이 옳지만 현 문화원 조직으로는 연구기능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현재 활동하는 문화모임의 젊은 인력들이 투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대화와 협의를 통해 독립된 기구로 두고 문화원이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문화원과는 별개로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면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만큼 현 문화원은 기존 행사중심으로 가도록 하고 연구소는 연구와 발굴, 활용방안에 대한 기획 등을 담당토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문화담당은 “향토문화연구소가 설립되면 독립성과 예산지원 등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문화원은 물론 향토사학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인적 구성과 사업방향, 지원방안 등을 천천히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지원조례 제정 등 법적 장치를 두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