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애인 스포츠 ‘메카’ 

일본의 장애인종합스포츠센터는 비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 전용’으로 운영된다. 비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종목이 있긴 하지만 장애인과 어울려 하는 경우에만 참가가 가능하다. 장애인 등록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며 센터 운영비는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일본 전역 26곳의 센터 중에서도 도쿄도 스포츠센터는 페럴림픽 출전을 위해 연습하는 국가대표들도 자주 찾을 정도로 시설이 뛰어나다. 보치아, 골볼, 시각장애인 탁구 등 장애인 전용 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넓은 트랙을 갖춘 운동장과 테니스장, 실내 양궁장, 수영장 등 운동하기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갖췄다. 

이 외에도 대회나 전지훈련 등을 위한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장애인 단체라면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다. 

아카베 아야 운동지원팀 계장은 “센터에서 장애인이 할 수 없는 운동은 없다”며 “장애 특성 상 제한되는 운동은 있을 수 있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어떠한 운동이라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에 근무하는 30여명의 스텝 전원이 지도자 자격증과 응급처치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혹시나 모를 상황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혼자 센터를 방문하더라도 종목마다 배치된 스텝들이 운동을 알려주거나 상대역을 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도 믿지 못할 ‘섬세한 배려’

도쿄도 장애인종합스포츠센터는 1986년에 건립됐다. 이미 30여년이 다되어가는 건물이지만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이 직접 참여한데다 이용자들의 건의를 리모델링때마다 반영해온 덕에 시설 곳곳에 비장애인이 알아채기 힘든 ‘세심함’이 녹아있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널찍한 현관부터 ‘디테일’이 돋보인다. 접수창구마다 높이가 다르게 돼 있는 것은 기본이고 점자 블록이 끊어져 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일반적인 점자블록에서 종종 휠체어 넘어짐 사고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안정성이 높은 최신형 점자블록으로 교체 공사를 진행 중이다.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 성별을 구분해야 하는 공간에서는 블록의 색을 달리해 발달장애인들이 구분하기에도 편하다. 

인식하지 않으면 인지할 수 없는 가장 큰 배려는 ‘문’이다. 장애 유형에 따라 열기 편한 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마다 다르게 설치했다. 여닫이, 미닫이, 슬라이딩, 자동문 등 밀고 당기기가 불편하더라도 문을 여닫을 수 있다. 만약 문의 형태를 바꾸기 어려운 경우라면 손잡이의 모양이나 높이를 다르게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센터 곳곳에는 휠체어 바퀴에 바람을 넣을 수 있는 공기압 주입기가 갖춰져 언제라도 휠체어 정비가 가능하다. 요즘에는 전동 휠체어가 많이 늘고있어 휠체어 충전장소까지 마련돼있다. 심지어 건물 중간에 외부로 연결되는 작은 문을 나가면 시각장애인 안내견 화장실까지 구비돼있을 정도다. 

도쿄도 장애인종합스포츠센터는 이렇듯 ‘작고 섬세한 배려’들이 모여 장애가 더 이상 불편함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의료서비스에 강습까지 ‘원스톱’

이 센터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장애인을 위한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장애인 특성상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전문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방문해 몸 상태를 진단해 준다. 센터를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장애유형과 체력을 고려해 운동 종류나 운동 방향 등에 대한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 전문 간호인력은 항상 센터에 상주한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보니 운동을 시작하는데 전혀 부담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 

혼자 방문해 자율적으로 운동을 즐길수도 있지만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한 강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사회와 연계해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대회나 체육 행사 들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운동에 대한 목표의식도 심어준다. 

아카베 계장은 “장애인 전용이라는 것만 빼면 여타 체육시설과 다르지 않다”며 “언제 어디서나 운동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센터를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교적 부족한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며 “센터에서 봉사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장애인 체육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최고 수준의 체육 시설

도쿄도 장애인종합스포츠센터는 전문 육상 트랙을 포함한 테니스장, 헬스장, 탁구장, 실내체육관, 양궁장, 수영장 등 모든 체육시설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몇몇 시설은 다양한 설비와 기능들을 갖추고 있어 ‘맞춤 시설’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헬스장에는 장애인 전용 근력 운동기구나 재활기구가 종류별로 구비돼 어떠한 장애가 있더라도 이용이 가능하다. 사이클링 머신이나 러닝 머신같이 여러대가 비치되는 머신의 경우에는 브랜드별로 갖춰져있다. 시각장애나 발달장애의 경우 버튼 위치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어 타 헬스장을 이용할 때 헷갈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농구, 배구, 시팅배구 등을 즐길 수 있는 실내체육관과 댄스, 체조, 보치아 등을 즐기는 다목적 체육관도 따로 구비돼 쾌적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탁구같은 경우는 일반 탁구장, 휠체어 탁구, 시각장애인 탁구 등 종목에 맞춰 세분화된 시설이 마련돼있다. 

이 중에서도 이용률이 높은 수영장의 경우에는 더욱 섬세한 배려가 담겨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풀의 입수면이 바닥보다 높게 있어 마치 목욕탕을 연상케 한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난간을 이용해 혼자서도 입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일부러 높이 만들었다. 휠체어를 이용해 수영을 해야하거나 타 장애인의 경우 장애특성에 따라 편한 방법으로 입수할 수 있도록 계단, 슬라이드 등이 설치돼있다. 

레인 양 끝 5m지점에는 바닥에서 거품을 발생시키는 장치가 설비돼 시각장애인도 부딪힐 염려없이 수영을 할수 있다. 더불어 각 레인마다 깊이도 모두 달라 체형에 맞춰 운동하기에도 적합하다. 수온은 31℃로 수영을 하기엔 조금 높은 편이지만 재활 운동을 하기엔 알맞은 온도로 유지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