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칼럼] 해법없는 국가정치, 지방자치가 중요한 때
[하승수 칼럼] 해법없는 국가정치, 지방자치가 중요한 때
  • 광양뉴스
  • 승인 2024.10.25 18:17
  • 호수 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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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녹색전환연구소 기획이사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녹색전환연구소 기획이사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 차원 정치를 보면, 뭔가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끊임없이 터지는 스캔들과 의혹, 녹취록 같은 단어들이 정치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그 속에서 국민들의 삶의 문제는 논의되기도 쉽지 않다. 

기후위기, 남북관계의 위기, 심화되는 불평등, 삶을 위협받는 약자들의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뤄져야 하는 의제들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가 정치 상황을 보면 당분간은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양비론에 빠질 일은 아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책임도 물어야 한다. 

다만, 복잡한 상황이 정리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조금이라도 진전시키려면, 지방자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최소한 2026년 정도까지는 지방자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라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는 법적 권한도 약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면 재정적인 능력도 부족하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가진 장점도 있다.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장은 그래도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주권자인 주민들과의 거리가 그만큼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예산은 중앙정치의 대립구도와는 무관하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한편으로는 힘이 센 것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300명 중 한 명일  뿐이다. 소속 정당의 당론이나 상대 정당의 예상되는 반발같은 것 때문에 운신의 폭도 그렇게 넓지 않다. 그래서 지역 사안과 관련해서도 국회의원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다가 실망할 수 있다. 

반면에 지방자치 영역에서는 오히려 민심이 쉽게 반영될 수 있다. 지역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당 간의 견해 차이가 크지 않은 문제도 꽤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자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환경오염을 일으키거나 유해물질을 내뿜는 시설을 규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일 수 있다. 

비수도권 지역이나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인구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비수도권지역과 농촌지역의 인구감소는 저출생 때문만은 아니다. 출산율로 따지면 서울같은 대도시가 농촌지역보다 더 낮은 실정이다. 그런데도 비수도권과 농촌지역의 인구감소ㆍ고령화 현상이 더 심각한 이유는 젊은 층의 인구유출 때문이다. 따라서 비수도권과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인구유출을 막고, 인구유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여당과 야당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지역의 문제를 푸는 것은 국가 차원의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당분간 지속될 국가 정치의 파행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2026년까지는 지방자치를 통해서 최대한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가령 지금 의료문제나 주택문제를 국가가 제대로 풀어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 차원에서라도, 지역의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한다든지, 청ㆍ장년층 유입을 위한 주택정책을 수립한다든지 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가 차원의 세수결손이나 재정적자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 차원에서 뭔가를 하려면, 낭비되는 예산을 절감하고 예산집행의 효과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례도 정비하고, 지방재정법에 보장되어 있는 예산낭비 감시체계를 정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방자치에서는 그래도 주민참여가 상당 부분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법률은 국회의원들이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주민들이 일정한 입법권을 갖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주민 조례 발안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일정 숫자 이상 주민들이 서명을 하면 조례를 주민들이 직접 발의할 수 있게 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역정책이나 조례는 참고할만한 사례들이 많다는 장점도 있다. 대한민국에는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자치구가 있다. 우리 지역의 문제를 풀기 위해 참고할만한 사례를 찾다 보면,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선가는 먼저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당분간 국가 정치는 잘못을 바로잡는 데 힘을 모으고, 문제해결책은 지방자치 영역에서 모색하자. 그렇게 하다가, 때가 되면 지역의 힘을 모아 국가 정책을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