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 야생화단지, 꼭 필요한가?
[문화칼럼] 광양 야생화단지, 꼭 필요한가?
  • 광양뉴스
  • 승인 2024.08.25 17:58
  • 호수 10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북구(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허북구(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정인화 광양시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식물 다양성의 보고인 광양읍권에 대규모 토종 야생화 단지를 조성하여 생태 관찰 학습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지난 8월 초에도 광양읍 백운산권역은 백운산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은 토종식물원, 야생화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신년사와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야생화단지 내용을 분석해보면 키워드는 ‘야생화’, ‘대규모’, ‘생태 관찰 학습장’인데, 화훼학자의 한사람으로서 “도대체 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꽃은 관광의 가장 매력적인 자원이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관광자원으로도 성공리에 활용되고 있는 곳들이 많다(허북구 등. 2023. 전라남도 지역 꽃 축제 관광의 현황에 관한 연구. 한국농어촌관광학회지 26(1):1-19).

그러므로 ‘야생화’ 단지도 관광자원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나 성공사례를 찾기 어렵다.

자생 군락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관상용으로 개량된 화훼와는 달리 야생화는 개화기간이 짧은 점, 관리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양시농업기술센터의 시험포장에는 팬지, 튤립 등 도입 화훼는 많이 식재되어 있으나 야생화 화단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야생화에 대한 재배 관리 노하우는 축적되어 있지 않다.

타 지역 사례에서도 야생화단지 조성의 어려움을 찾아볼 수 있다. 한때 야생화를 군의 발전 동력으로 삼기 위해 야생화연구소와 한국압화박물관 설립 등 의욕적으로 야생화에 투자하고, 비중을 두었던 구례군도 ‘대규모’ 야생화단지를 조성하지 않았고, 농업기술센터 내에 ‘구례야생화체험학습장’을 만들었다.

‘구례야생화체험학습장’은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온실까지 지어서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압화박물관 등과 연계되어 있으나 군민은 물론, 체험학습을 위해 찾는 학생들도 많지 않아 성공적이라고 평하기는 어렵다.

신안군은 야생화에 투자한 구례와는 달리 원예종 화훼단지를 조성하여 축제와 관광에 활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박우량, 허북구 등. 2023. 신안군의 꽃 축제 종류, 장소 및 운영 실태에 관한 연구. 한국농어촌관광학회지 26(2):181-197).

야생화와 원예종 화훼의 차이가 구례군과 신안군의 화훼 정책의 결과를 결정지은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야생화단지 조성은 관광이든 체험학습이든 간에 생산성이 매우 낮다.

또한 대규모로 조성된 야생화단지는 자연군락지의 야생화와는 달리 제대로 관리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방치하게 되면 잡초만 무성하게 되어 흉물스럽게 되어 이래도 저래도 애물단지가 된다.

따라서 왜 하필 농업기술센터에서 조차 재배 경험이 없는 ‘야생화 생태 관찰학습장’을 백운산 일원이 아닌 광양읍권에 조성하려고 하는가? 야생화단지를 조성할 정도의 비용이라면 담양 죽녹원처럼 관리 비용이 적게 들고 더 생산성이 높은 대안은 없는가? 조성 목적이 생태 관찰학습장이라면 누가 얼마나 올 것이며, 그 기대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분석 결과가 시민 누구나가 납득할 만 하다고 인정될 때 야생화단지를 조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