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온실가스 측정소는 미국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산에 있다.
그 산에 있는 측정소에서 측정한 2024년 5월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426.9ppm에 달했다고 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이 발표한 수치이다. 이는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2.9ppm이 증가한 것이다. 빠른 속도의 증가이다. 유엔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450ppm에 도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속도면 앞으로 10년 안팎이면 450ppm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런 뉴스를 보면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올해 날씨만 보더라도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날씨가 들쭉날쭉해지면서 농민들이 농사짓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게다가 6월부터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올해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 태풍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정말 한 해 한 해가 다르다.
이런 상황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둔감하다. 아니 상황은 심각하다고 느끼지만,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답이 없다.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공염불’이 된 지 오래이다. 지금의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구조를 유지하는 이상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는 어렵다.
먼 나라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대한민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온실가스를 대량배출하는 산업으로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같은 산업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이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시에 천연가스(LNG) 자가발전소를 짓는 문제 때문에 열린 공청회에 참석했다. 현대제철의 담당자는 ‘현재 석탄을 사용해서 철강을 생산하고 있는데, 기후위기 때문에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로를 사용하는 것으로 생산체제를 전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4분의 1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기로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보다 4분의 1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면, 필요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담당자는 언제 석탄을 사용하고 있는 고로를 폐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다. 현재 기술로는 전기로를 통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직 기술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남았다는 얘기였다.
이날 들은 현대제철 담당자의 얘기는 앞뒤가 안 맞는 것이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생산체제를 전환하겠다면서 기존 시설의 폐쇄 시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상황은 온실가스 감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기존의 철강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아예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철강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철강만이 문제가 아니다. 시멘트를 어떻게 할 것이며, 반도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수요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및 가상자산 기술 확산과 맞물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된 전력은 세계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테라와트시(TWh)였으나 2026년에는 소비량이 620~1050TWh까지 불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진정으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려면 대량생산-대량소비를 유지할 수 없다. 삶의 편의도 상당부분 줄여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을까? 정치가 그것을 진지하게 논의해서 정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미래 전망은 암울하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다. 현 세대는 물론이고 미래 세대의 삶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실천을 하고 작은 공간과 지역에서부터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한편 지금 필요한 것은 정직함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막연하게 ‘온실가스를 줄이자’라는 캠페인을 하거나 ‘기술이 해결해 주지 않을까’라는 낙관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온실가스 감축은 ‘먼 나라의 얘기’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 어떤 재앙을 맞을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하고 모색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허황된 낙관론이나 기술주의가 아니라 정직한 비관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