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YWCA 이사
•국방부 /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 진흥원 전문강사
초등학생들과 영상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몸을 뒤집은 채 힘없이 자꾸 가라앉는 한 마리의 돌고래를 여러 마리의 돌고래가 함께 떠받쳐 올리면서 집단으로 유영하는 꽤 긴 영상의 제목은 ‘돌고래 집단 장례식’이었다.
죽어가는 동료 돌고래의 호흡을 돕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벌이는 돌고래들의 몸짓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길이 2m가량의 잘 움직이지 못하는 참돌고래 한 마리의 주위를 다른 돌고래들이 맴돌면서 주둥이와 자신의 몸을 이용해 호흡이 힘든 동료의 몸을 계속해서 수면 위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이 애절한 행위는 무려 한 시간 이상 계속 되었지만 힘이 다한 참돌고래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고 결국 그 돌고래가 가라앉은 이후에도 다른 돌고래들은 2시간이 지나도록 그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았다.
우리는 흔히 못된 짓을 한 사람한테 “짐승만도 못한...”이라고 하는데, 이런 표현 함부로 해도 되나? 동료를 향한 동물들의 그 애절한 행위가 ‘나’ 아니면 ‘너’밖에 모르는 요즘 세상을 향해 ‘같이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돌멩이에 걸려 넘어진 아이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질문을 했더니 여기저기서 많은 대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빨리 가서 일으켜 줘요.” “넘어진 친구가 창피할 것 같아요.” “괜찮니? 하고 위로해 줘요.” “보건 선생님한테 대일밴드 얻어다 붙여줘요.” 등등...
그런데 한 학생이 이렇게 대답했다. “얼른 가서 저 돌을 치워주고 싶어요.”
콜럼부스의 달걀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할 수는 있었겠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것을 먼저 생각해 내고 실천하는 그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학생이 너무 예쁘고 대견해서 그 학생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너는 틀림없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사람이 될거야, 내가 장담해. 그때 선생님 만나면 꼭 아는 척해 줘야 돼. 잉?”
그리고 말을 이어 나갔다. “네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이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 돌멩이를 치워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야. 그런데 이 돌이 깊이 묻혀 있는데 이만큼만 나와 있는 큰 돌이라면 어떻게 하지? 아니면 친구들과 힘을 합해도 치울 수 없는 엄청 큰 돌이라면?
그리고 또 설명을 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해야 되는 거라고... 그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유라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기관들이 있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 그 모든 기관들이 협력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아이들이 치울 수 있는 돌이 한계가 있는 것처럼 이 사회에서 개인이 노력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제도와 전문가와 정책이 필요한 게 아니겠는가?
많은 공약을 내걸고 외치던 사람들 중 선택된 지역의 일꾼들이 이제 곧 출범한다. 실질적으로 앞장서서 이 사회에 안전하고 좋은 길을 내겠노라고 약속을 했던 그들이 길을 제대로 내는지, 혹시 길을 더 내야 할 곳이 있는지, 오던 길 뒤돌아보고 살피고 점검하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제대로 방향 제시를 해야 할 것이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선한 목표를 가지고, 같은 방향을 향해,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두 사람보다는 열 사람이, 또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같은 뜻을 가지고 함께 길을 만들어 간다면 훨씬 바르게 빠르게 길이 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같이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동행을!